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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21) 운동을 싫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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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21) 운동을 싫어하는가

입력
200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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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평균 수명이 처음으로 80세를 넘어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1년 생명표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무려 7.2년을 더 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성이 양적인 면에서는 남성보다 오래 살지 모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여성의 건강 수준이 훨씬 낮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20세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1.1∼1.3배의 유병률을 나타냈다. '여성의 길어진 수명은 대개 질병으로 고통받는 기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삶의 질이 낮은 이유로 평소 운동하지 않는 생활습관을 첫번째로 꼽는다. 운동 실천이야말로 여성 건강 증진 프로그램에서 최우선적으로 개발돼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운동 싫어하는 여성들

2001년 국민건강 및 보건의식행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국민의 72.5%는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여성은 75.9%, 남성은 68.3%로 운동하지 않는 비율이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1회 20분이상 지속되는 운동을 주3회 이상(중등도 강도)하는 비율은 20.6%에 불과했다. 성별로 비교하면 남성은 31.7%, 여성은 24.1%가 적어도 20분 이상의 운동을 주1회 이상 한다고 응답했다. 1998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남성이 17.5% 여성이 9.8%를 기록, 3년새 2배이상 운동실천율의 향상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남녀 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 생애주기별 운동실천 실태(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여성은 모든 연령층에서 남성보다 운동량이 적었다. 건강에 효과적이려면 운동강도와 빈도가 중요하다. 1회에 20분이상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주3회 이상하는 경우를 규칙적 운동 실천자로 정의할 때, 여성의 운동실천율은 45∼54세에서 10%(이하 단위 동일)대였으며, 25∼44세 8.7, 55∼64세 7.3, 65∼74세 5.1로 각각 나타났다. 남자의 경우 45∼54세 12.3, 55∼64세 11.6, 20∼24세 11.3, 65∼74세 10.3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초반 여성들은 2.6에 그쳤다.

여성, 왜 운동을 싫어하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교수는 "전통적인 선비문화의 영향으로 여성은 얌전하고 차분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교육 받아온 데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나와 몸매가 나빠진다는 생각이 운동에 대한 동기 유발 자체를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건강증진센터 강재헌소장은 "여성이 남성보다 운동을 싫어한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사회적, 신체적 차이로 인하여 여성이 남성보다 규칙적인 운동 참여 기회가 적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적으로 볼 때,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유교 문화는 여성의 집밖 신체활동을 터부시했으며, 이 결과 사회활동이나 운동자체가 제한됐다는 것.

신체적으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체지방량은 상대적으로 많아 고강도의 운동 수행 능력이 떨어지므로 운동 참여에 다소 불리하다.

박교수는 "여성은 자신의 건강보다는 가족의 건강이나 가사일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고,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이나 우울 불안 등 정신병의 유병률이 높아 기분 등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이 운동 수행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여성 자신의 의지력, 즉 장애 요인을 뛰어 넘어 '힘들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결여가 운동실천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박교수는 덧붙였다.

운동부족, 어떤 영향 미치나?

신체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비활동적인 사람보다 확실히 건강하다. 여러 연구들은 규칙적인 운동이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고지혈증 동맥경화 직장암 비만 등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고 골다공증 비만증 불안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까지 감소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비활동적인 사람들은 활동적인 사람에 비해 관상동맥질환 발병률이 2배나 높다.

강소장은 "운동부족은 여성에게 심폐기능을 비롯한 체력의 저하를 가져오고, 골다공증을 진행시키며, 노년기에는 관절염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슨 운동, 어떻게 해야 하나

박교수는 "운동이라면 거창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연령에 관계없이 의사들이 가장 많이 권유하는 운동은 걷기"라면서 "10분의 운동이라도 건강상의 이득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경우라면 하루에 3㎞정도를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를 반복, 주 3회 정도의 빈도로하라는 것. 하루 10분씩 3회 운동을 한다면, 비만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꺼번에 30분 운동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평소 심혈관계 또는 근골격계 이상이 없는 40대이하 여성이라면 운동 제한 없이 걷기 조깅 수영 등산 구기운동 에어로빅 등 취향에 맞는 운동을 할 수 있다. 강소장은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여성이라면 저강도로 20∼30분 정도부터 시작하여 2주 간격으로 운동 시간과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야 하며, 운동 전후에 스트레칭과 마무리 운동으로 근육이나 관절 손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으로 질병이 없는 여성은 하루 40분 정도 빠른 속도로 걷고 뛰기를 반복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어떤 운동을 해도 무리가 없다.

50세이상 여성의 경우 근골격계가 약화돼 있으므로 무리한 근력 운동이나 고강도의 유산소 운동은 피하고 걷기 수영 약수터가기 등의 저강도 운동이 좋다. 무릎이 불편하거나 요통이 있는 여성은 준비운동으로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5분 정도 시행한 후 경사면보다는 평지 걷기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2002년 9월호는 '폐경기 여성이 1주에 적어도 2시간 반 정도 보통 걸음속도로 걸을 경우 심근경색이나 발작등 심장병 관련질환에 걸릴 위험을 30%나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오랫동안 관절운동을 하지 않으면 관절액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관절세포가 쉽게 퇴행, 표면이 거칠어지고 약해져 관절의 피로와 통증을 쉽게 느끼므로, 관절에 물이 차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쿠아로빅스(수영장 걷기)나 저항이 없는 붙박이 자전거 타기 등을 권한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운동에 대한 동기 유발을 위해 우유를 배달시켜 먹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말을 자주 한다"면서 "요즘처럼 모든 것이 자동화돼 거의 움직임이 없는 사람들에게 운동은 현대판 불로초"라고 말했다.

yjsong@hk.co.kr

a그6럼, 건강관리 전문의는 운동할까? "병동이동 하루 1만보·계단 자주 이용"

딸, 아들을 둔 40대 주부이기도 한 나는 6시에 기상한다. 아침은 대개 녹차와 토스트. 시간 여유가 있을 때면 우유에 3가지 과일을 갈아 생과일 주스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점심은 주로 병원 식당에서 해결하는 데,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600∼700㎉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우리나라 영양권장기준인 65:15:20비율로 맞춘 영양사가 짠 식단이라는 점에서 즐겨 먹고 있다. 9시 정도에 퇴근하므로 저녁도 병원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다.

주말에는 내가 직접 식사를 준비한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제철 나물, 김, 고기나 생선류, 3∼4가지 김치 등으로 꾸미는 전통 한국식이다. 한달에 한두번은 가족과 외식을 하지만,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점은 거의 찾지 않고 콜라 등 음료는 피한다. 세끼 식사 외에 하루 녹차 3∼4잔, 커피 1∼2잔, 물 3컵 정도를 마시고, 과자 등 군것질은 전혀 하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하면 '선생님은 운동하세요?' 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침 7시반쯤 출근해 거의 온종일 병원에서 지내므로 사실 햇볕 볼 시간조차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휴일에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러가는 것 이외에는 주중에 별도의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선택한 것이 비록 구두를 신고 움직이더라도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 가정의학과 진료만 맡지 않고 서울대 건강증진센터에서도 일하므로 진료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활동량이 상당한 편이다.

병원이 넓어 병동에라도 한 번 갔다 오면 오전 중에 이미 1만보 이상 걷게 되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약 20분 정도의 걷기운동이 추가되고, 평소 5층 정도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같은 과 선배교수(49세)는 나보다 더 운동량 늘리기에 신경을 쏟고 있다. 버스로 세정거장 거리를 15분간 운동복 차림으로 뛰어 출근하고, 퇴근할 때는 25분간 빨리 걷기를 한다. 10층이건 15층이건 계단은 무조건 걸어서 오르내린다. 운동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기에 환자에게 운동하라고 권유하기에 앞서 의사도 몸소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민선 서울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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