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24·K대 국문4)씨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졸업여행에 누구보다 가슴이 설렌다. 그는 4명의 과 친구, 후배들과 함께 2박3일간 금강산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아무때나 갈 수 없는 북녘 땅에 다녀온다는 생각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 학생회측도 최근 '금강산 스케치 여행'참가자 모집을 시작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금강산의 절경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 학우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통일의 의미도 되새겨보고 여행 후 스케치 전시회와 사진전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대학가에 금강산 여행 러시가 일고 있다. 2학기 시작과 함께 전국 각 대학 학생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금강산 방문 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7월부터 이 달 까지 전남대, 경북대, 조선대 등 주요 지방 대학의 학생들이 답사여행을 다녀왔고 다음 달에는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숭실대 등의 수도권 학생들도 잇따라 여행길에 나선다. 광복절이었던 지난달 15일께는 전국 대학생 815명이 '8·15 기념 금강산 평화축제'에 참가했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올 7월부터 다음달까지 금강산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인 대학생 관광객은 총 4,100여명.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400여명)보다 무려 41% 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까지 대학생 관광객에게 적용됐던 정부 보조금 혜택이 올해부터 폐지된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대학생들이 금강산을 찾는 목적도 다양해졌다. 주로 이벤트성 외부 행사 형식으로 이뤄졌던 방문이 '모꼬지'(엠티), 수학·졸업 여행은 물론 현장 수업, 대학축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3박4일 일정으로 금강산 모꼬지를 다녀온 전남대 이 강(27·경영4년)씨는 "추첨으로 90여명의 인원을 선발했는데 경쟁률이 7대 1에 달했다"며 "학교에서 등록금 인상분의 일부를 금강산 답사 비용으로 제공, 학생들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 강단에 복귀한 도올 김용옥 교수는 자신이 출강중인 중앙대 수강생 전원과 함께 금강산 현장수업에 나설 계획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다음달 10일∼12일 금강산에서 양교 학생 500여명이 참가하는 '통일 연고제'를 열고 줄다리기, 통일 비빔밥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육제와 문화제 행사를 갖는다.
대학생들이 금강산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분단 현실과 통일 등 남북관계 문제를 북한 땅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 지난달 평화축제에 참가했던 박모(24)씨는 "남북 분단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낀 생애 최고의 경험"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도 금강산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대학생들이 실향민에 이은 제2의 금강산 고객으로 등장하자 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대학생 등 젊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10월부터 캠핑 텐트촌을 개장하고 그밖의 다양한 상품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