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환 선생님께.23년 전 선생님이 초등학교 5학년 우리 반 담임을 맡았을 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합니다. 선생님께선 멀리 봉화에서 상주 두릉초교로 전근을 오셨지요.
봉화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을 때 악대부를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우리 학교에서도 멋진 악대부를 만드시겠다고 하셨죠. 큰 북, 작은 북, 피리, 탬버린, 아코디언 같은 소박한 악기들을 직접 챙긴 선생님께서는 악대부원이 되기 원하는 아이들을 모으셨고 수업이 끝나면 한 두시간씩 악보 보는 것이며 연주하는 방법 등을 꾸준히 연습을 시키셨지요. 악대부는 아침 조회시간이나 봄, 가을 운동회면 모든 선생님과 아이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애국가나 다른 노래를 직접 연주했는데 그 때 저희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답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유독 저에게 칭찬도 많이 하셨잖아요. 항상 제가 그린 그림을 교실 뒷편에 다른 아이들 것보다 먼저 붙여 주시고 부끄러움 많은 저를 앞으로 불러내 반 아이들 앞에서 옛날 이야기 한번 해보라며 시키셔서 얼굴 빨개진 채 말을 더듬어 가면서 이야기를 하곤 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더 씩씩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라고 훈련시켜 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떠한 것에 소질이 보이면 그것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셔서 더 큰 꿈을 꾸게 하셨던 선생님이셨죠. 또 점심시간이면 직접 도시락을 싸와 반 아이들과 같이 점심을 드셨던 선생님. 그 땐 어쩐지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워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답니다.
그림을 잘 그리니 훌륭한 화가가 될 것 같다며 저에게 용기를 주셨던 선생님. 선생님의 바람처럼 멋지고 훌륭한 화가는 되지 못했지만 이젠 그때 선생님만큼 나이도 먹고 순수한 것보다는 물질적인 풍요라는 것을 뒤쫓으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순박한 시골아이들을 사랑하셨던 선생님의 참모습이 두고 두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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