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대낮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경찰이 사설 경비업체의 차량을 훔쳐 타고 달아나던 차량 절도범을 30여분간 추격전을 벌이다 실탄을 발사한 끝에 검거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많은 도심에서 경찰이 운전석에 앉아 반항하는 범인을 향해 1m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실탄을 연속 3발이나 발사, 시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과잉 대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28일 오전 11시30분께 "사설 경비업체 차량이 계속 쫓아오며 창문을 열고 고함을 지르며 위협한다"는 한 20대 여성운전자의 112신고를 받고 마포경찰서 동남지구대 소속 순찰차가 마포구 대흥동 서강대 후문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서강대 교내에서 이날 오전 2시50분께 경기 안산시 안산역 앞에서 도난 당해 수배돼 있던 용의 차량인 KT텔레캅 소속 경기31거7905 아반떼 승용차를 발견했다.
경찰이 순찰차에서 내려 검문을 하려하자 차량 절도 용의자 김모(37)씨는 차량을 몰고 순찰차 오른쪽을 들이받은 뒤 이화여대 방면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순찰차 3대를 추가 동원, 아현고가도로와 시청 앞 도로를 지나 도망치는 김씨를 추격했다. 경찰은 용의차량이 광교 부근에서 멈춰서자 차량 좌우와 뒤를 막고 체포하려 했으나 김씨는 다시 앞쪽에 정차해 있던 일반 차량 2대를 들이받은 뒤 안국동을 거쳐 이화4거리 방면으로 달아났다.
경찰이 재추격 끝에 용의차량을 세운 곳은 종로2가 옛 국세청 앞 도로 2차로. 경찰은 용의차량 주위를 둘러싸고 차량 유리창을 깨고 검거를 시도했다. 그 순간 김씨는 차 안에 있던 가스총 2발을 경찰관을 향해 발사했고, 경찰은 허공을 향해 공포탄을 쏜 뒤 용의차량 조수석 쪽에서 운전석에 앉아있는 김씨를 향해 3발의 실탄을 발사해 낮 12시께 김씨를 검거했다.
우측 발목에 관통상을 입은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권총을 발사한 김모 경장은 "김씨가 완강히 저항해 제압이 힘들다고 보고 김씨의 대퇴부 아래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고 밝혔으나 김씨와의 거리는 1m도 안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씨 검거 현장 주변은 휴일을 맞아 도심으로 나온 시민들로 북적댔으며, 총성에 놀라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김 경장을 상대로 총기사용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김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중이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5개월전 가출한 뒤 특별한 직업없이 서울 등 수도권일대에서 노숙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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