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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의 원리와 역사/태양온도 6,000℃는 어떻게 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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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의 원리와 역사/태양온도 6,000℃는 어떻게 잴까?

입력
200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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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머리가 아프면 자신의 이마와 다른 사람의 이마에 손을 대보고 열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갓난아이를 목욕시킬 때 엄마는 흔히 목욕물에 팔꿈치를 담가 그 온도를 가늠한다. 도자기 구울 때나 대장간에서 재래식 농기구, 칼 등을 제조할 때에는 눈을 온도센서로 사용한다. 이처럼 손이나 눈으로 자연스럽게 온도를 측정한다. 하지만 차갑고 뜨겁다는 느낌은 사람마다 달라 이 느낌을 어떻게 하면 객관적으로 표시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줄곧 제기돼왔다. 온도계가 발명된 배경이다. 온도 측정의 원리와 역사를 알아본다.최초의 온도계

인류 최초의 온도계는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1592년에 만든 공기온도계. 갈릴레이는 똑같은 실험을 할 때마다 실험실 온도가 시간에 따라 변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고민하던 그는 공기가 더워지면 부피가 팽창하고 식으면 줄어드는 원리를 이용해 온도계를 만들었다. 밥을 데우면 유리관 속의 공기가 팽창해 물이 움직이는 원리의 장난감을 보고 온도계를 생각해냈다.

갈릴레이의 온도계는 기다란 유리대롱의 한 쪽 끝을 속이 비어 있는 밀폐된 유리구에 연결하고 유리대롱의 다른 한 쪽은 착상된 물 속에 담그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처음에는 압력 때문에 물이 유리대롱 속으로 빨려 올라가는데, 갈릴레이는 이 때의 높이를 눈금으로 표시해 두고 이후의 온도변화를 측정했다. 즉 온도가 높아져 유리구 속의 공기 부피가 늘어나면 유리대롱 속의 물이 내려가고 반대로 공기가 식으면 물의 높이가 올라가는 것을 측정한 것.

그러나 갈릴레이의 온도계는 수십 도의 커다란 온도차가 아니고서는 공기 부피가 변하지 않았고, 따라서 상온에서는 눈금 차이가 거의 없어 실용성이 없었다.

수은 온도계 등장

현재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수은 유리온도계가 등장한 것은 1724년. 암스테르담의 유리세공업자 가브리엘 파렌하이트는 유리 모세관을 이용한 수은 유리온도계를 만들었다. 수은은 열팽창률이 일정하며, 유리관에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넓은 온도 범위(영하 38.9∼ 영상 356.5도)에서 액체로 존재한다. 즉 넓은 범위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은색을 띠므로 눈으로 온도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는 염화암모늄, 바다, 소금, 얼음, 물 등의 혼합물로 0의 기준점을 삼고, 소금을 혼합하지 않은 것을 30, 건강한 사람의 입 안 온도를 96으로 해 눈금을 정했다. 이 단위에서 물의 비등점은 212로 측정하는데, 뒤에 그는 물의 어는점을 32로 조절하고, 비등점과 어는점 사이를 180개의 눈금으로 나눴다. 이를 파렌하이트 이름을 따 '화씨(Degrees Fahrenheit)'라고 부른다.

물의 어는점을 0, 끓는점을 100으로 해서 그 사이를 100으로 나눈 단위는 1745년 스웨덴 천문학자 셀시우스가 제안한 것.

온도 측정 어디까지

저항, 기전력, 전류 등의 전기신호를 이용한 온도계들이 다양하게 개발됐다. 200m 거리 내의 물체 온도를 직접 해당 지점에 가지 않고도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무선 야외온도계, 머리카락 두께의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나노온도계 등 첨단 온도계도 등장했다.

절대 0도(영하 273.15도)에 가까운 극저온 측정시 자성을 띤 물체의 자성 크기(자화율)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성질을 이용한다. 즉 온도가 높아지면 자성의 크기가 커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자성의 크기가 작아지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략 1K∼0.001K의 온도를 측정할 때 이 방법을 이용한다.(K는 켈빈온도, K=섭씨온도+273.15)

수소의 삼중점(13.8033K)과 은의 끓는점(961.78도)까지의 온도는 '백금저항 온도계'를 사용해 측정한다. 백금저항 온도계는 백금을 스프링처럼 감아서 밀봉해 만든 것으로 온도가 변하면 백금 와이어의 저항이 달라지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백금원소는 초고온에서 산화하지 않고 저항값이 온도에 따라 균일하게 변하므로 1,235도에서 영하 260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이 온도계는 원자력 발전기의 과열여부와 에어컨·냉동기·자동차·항공기 엔진 온도 측정 등에 쓰이고 있다.

태양표면과 같은 초고온을 측정할 때는 '열복사 온도계'를 이용한다. 열복사 온도계는 물체의 밝기에 따라 온도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것. 이를 이용하면 영하 50도 이상의 모든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용광로 쇳물이나 철판, 철강 등의 온도측정에 많이 이용된다. 열복사 온도계를 이용해 태양을 측정한 결과, 표면 온도는 약 6,000도이다. 우주 대폭발 기원설인 빅뱅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 온도인 2.7K는 열복사 온도계로 측정한 것이다.

또한 같은 원리를 이용한 온도계인 '열화상장치(Themo graphy)'는 인체 등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온도를 측정하는 장치. 이 온도계는 최근 공항에서 사스 환자를 식별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강기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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