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왕국 미국에서 장례업계의 용품에 대한 기준치수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2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비만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의 장례업계는 최근 미국인의 커진 체구에 따른 '새로운 표준치수'의 마련을 요구 받고 있다. 이는 항공업계가 승객들의 체중 증가로 한계 승객 수 등 관련 기준의 마련을 권고 받았던 것과 같은 경우이다.
1980년 대부터 관을 제작해온 데이비스 부부는 최근 보통 크기의 3배에 달하는 너비가 약 1.12m에 이르는 관을 만들었다. 이 관의 바닥과 손잡이는 317㎏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이들 부부는 "80년대엔 이처럼 큰 관을 1년에 하나 꼴로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매달 4개에서 5개 정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 브롱크스의 우드런 공동묘지도 최근 묘의 기준 크기를 0.9m에서 1.2m로 늘렸다. 또 공동묘지에서 가장 큰 묘는 보통 크기의 4배에 해당한다.
북아메리카 화장업 협회 역시 비만 고객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비만한 시신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특별 교육을 시작했다.
영구차 업계도 비슷한 사정을 겪고 있다. 해마다 250대의 영구차을 판매해 온 테리 로건 씨는 "영구차 구매시 고객이 가장 많이 해오는 질문은 '크기가 얼마나 되냐'는 것"이라면서 "영구차 뒷문을 넓히는 등 차량을 더 크게 해달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업계가 이처럼 달라지고 있지만 비만한 고인의 유족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큰 관을 받기 위해선 며칠씩 기다려야 하고 800∼3,000달러(약 96만∼360만 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9년 체중 154㎏의 어머니를 잃은 그레이스 모레독 씨는 "우리 가족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매장을 선호했지만 큰 크기의 관을 제작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어머니를 화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 놨다.
비만인 권리 옹호를 위한 국제 치수수용 협회 앨런 스테덤 대표는 "미국인들의 체구가 커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업계가 변화에 발맞추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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