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라 린도 지음·김미선 옮김 아이세움 발행·각권 7,000원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는 여덟 살 개구쟁이 마놀리토가 아닐까. 엘비라 린도의 마놀리토 시리즈는 지금까지 다섯 권이 나왔고 스페인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널리 사랑 받고 있다. 1994년 나온 첫 권 '동글동글 안경잡이 마놀리토'는 영화로 만들어 졌고, 후속 편 '꿈꾸는 수다쟁이 마놀리토'는 98년 에스파냐 청소년 문학상을 탔다.
마놀리토가 어떤 아이길래 그토록 유명해졌을까. 나란히 번역 출간된 '동글동글…'과 '꿈꾸는…'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어, 이건 바로 내 얘기잖아?" 하고 무릎을 탁 칠 만큼 작가는 아이들 세계를 있는 그대로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수시로 킥킥 웃음이 터져 나온다. 교훈 같은 건 없다. 대신 아이들의 보편적 행동과 심리를 따라잡는 작가의 솜씨가 눈부시다.
마놀리토는 땅딸막한 몸에 두툼한 안경을 쓴 사내 아이다. 못 말리는 수다쟁이에다 엉뚱하기 짝이 없고 툭 하면 사고를 치는 장난꾸러기다. 찻길 한복판에 서 있다가 차가 바짝 다가오는 순간 도망치는 놀이를 해서 잔뜩 혼 나고도 차가 바로 코 앞에서 멈춘 것은 자신의 초능력 덕분이라고 우쭐거리는가 하면, 친구하고 싸워 맞다가 "나는 왕인데, 왕을 때리면 감옥 간다"고 외치고, 새로 전학 온 모범생 친구가 외계인이라고 믿는 아이다.
책은 마놀리토와 그의 가족, 이웃과 친구들 사이에 일어나는 소동들, 그에 대한 마놀리토의 솔직한 생각들로 이뤄져 있다. 종종 치사하게 배신을 하지만 마놀리토의 둘도 없는 친구인 '당나귀 귀' 로페스, '왕허풍쟁이' 싸움꾼 이아드, 마놀리토가 '바보'라고 부르는, 그러나 그런 형을 영웅처럼 여기고 졸졸 따라다니는 하나 뿐인 동생, 마놀리토의 말썽을 늘 덮어주는 할아버지, 때리기의 명수인 데다 첩보원보다 눈치가 빠른 엄마, 마놀리토처럼 동글동글하고 땅딸막한 트럭 운전사 아버지…. 그들이 엮어가는 일상은 어수선하고 우스꽝스럽고 포근하다. 특히 마놀리토에 관한 한 투닥투닥, 투덜투덜,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그 안에 가족과 이웃 간의 풋풋한 사랑이 슬며시 배어있어 잔잔한 감동을 던진다.
작가는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의 모습도 무척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파트 벽에 줄을 그은 마놀리토의 장난에 엄마는 페인트 값을 걱정하고, 점잖은 할아버지는 예쁜 누나들의 하얀 다리에 넋을 잃고, 아빠는 일하기 싫어서 아들로부터 감기가 옮기를 바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어른들도 마놀리토 이야기에 홀딱 반하는 것이리라. 11세 이상.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