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맨 지음·남경태 옮김 예지 발행·1만5,500원알파벳은 그 발달과정 자체가 인류문명의 발달사라고 할 만큼 역사가 길고 의미도 깊다.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은 알파벳 문자의 뿌리와 발전 과정을 통해 문명의 교류와 지적 진화를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기원전 2000년께 메소포타미아에서 수메르인과 아카드인들의 상인과 성직자들이 쓰던 설형문자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단순한 그림이나 표기가 아니라 기호, 음절, 철자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알파벳의 맹아로 보고 있다. 그 후 성경을 기록한 히브리인들과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본격적인 알파벳이 등장한다. a, b, r, n, m, p, w, t자가 이때 나타났고, 지중해를 주름잡은 페니키아는 그 사용지역을 넓히는데 기여했다.
현재 로마자 알파벳을 완성한 사람들은 로마인에 의해서 멸망한 에트루리아 민족이다. 이들은 j, u, w, i, v를 제외한 23개의 알파벳을 사용했고, 로마인은 이를 이어받았다. 러시아 문화권 글자가 알파벳을 뒤집어놓은 것처럼 된 연유가 글자를 옮기던 중 배 안에서 뒤집혀서 그렇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사실은 9세기경 그리스 정교와 로마 가톨릭의 세력다툼 과정에서 알파벳이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게 정설.
저자는 알파벳이 인류의 발명품 중 최대 걸작품이지만 이상적인 글자체계는 아니라는 주장도 펼친다. 단어에 따라 모음과 자음의 발음이 달라진다거나 음소의 구분이 불분명한 것은 그 체계가 불완전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반면 한글은 과학적인 구성 원리와 음절 구분, 배우기 쉽다는 점에서 최고의 글자체계라는 칭찬도 한다. 한글의 기원을 몽골 문자로 볼 수 있다는 등 다소 황당한 내용도 있지만 저자의 풍부한 언어학적 지식과 고대 문자의 발굴을 둘러싼 뒷얘기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