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전원 유죄를 선고한 26일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법 감정이 충실히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남북 정상회담이 사법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통치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라고 해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라 할 것이다.이 판결은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는 인정하지만 실정법 위반은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관련자 8명 전원을 기소한 송두환 특검측 입장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아, 무난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는 모양새도 갖추었다. 전원 유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면서 그들의 행위가 통치행위와 관련이 있고 본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은 '솔로몬의 지혜'를 연상케 한다.
이번 판결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정치적·사회적 논란에 대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라는 의미도 크다. 그동안 구 정권측에서는 특검 수사가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크게 저항해 왔다.
대북송금과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의미가 있다. 법원은 정상회담과 대북송금이 주관적·객관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았다. 4억5천만달러 송금과 정상회담의 직접적 대가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지만, 은행의 부당한 대출이 일정부분 정상회담과 관련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 판결을 통해 아무리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통치행위라 해도, 투명하고 적법하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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