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용금액은 얼마나 되나?" "정확히 모른다. 자진 전역키로 한 만큼 더 이상 조사는 없다."헌병병과 수장인 국방부 합동조사단장과 육군 헌병감이 부대운영비를 전용한 책임을 지고 자진 전역키로 한 25일. 국방부 관계자와 기자들간에는 한동안 '동문서답'이 오갔다.
국방부 감사관실의 설명은 궁색함을 넘어 해괴하기까지 하다. 해명대로라면 혐의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장군의 옷을 벗게 한 셈이다. 최소한 국민의 혈세, 그 중에서도 부대원에게 돌아가야 할 활동비를 자신의 용돈인 양 사용한 이들의 행위가 용도 외 전용을 금한 법규 위반인지, 아니면 정말 오랜 관행인지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재차 확인된 사실이 있다면 '장군은 옷을 벗으면 불문에 부친다'는 군내의 오랜 적폐와 이들은 정년 전에 전역을 신청했다는 명분아래 형식적으로는 '명예퇴직' 처리 된다는 점뿐이다.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면서 수십년간 군 생활을 한 장군에게 제대는 가장 가혹한 형벌'이라는 군의 논리는 지난 번 국방회관 비리 연루자들을 솜방망이 처벌했을 때를 비롯 장성들이 연루된 비리 때마다 수시로 동원된다. 요즘 군내에서는 현역신분으로 '인생의 정년'을 맞자는 뜻에서 "군복을 수의(壽衣)로 입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군인의 명예가 소중하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달 말 발생한 육사 생도들의 음주소란 사태 때 "군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할복이라도 해야 한다"며 퇴교 등 중징계를 가했던 군 수뇌부들이 이번에 장성비리를 슬그머니 덮은 데 대해 대다수 군인들이 분개하고 있다.
김정호 사회1부 기자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