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10시 재중동포 집단 거주지역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 조선족타운. 지난 3월 말 강제출국 시한을 앞두고 불법체류 재중동포들이 거의 자취를 감춰 공동화 현상까지 일어났던 예전 모습과 달리 가리봉 시장은 희망으로 넘실댔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가리봉시장 입구에서 만난 동포 태석길(45)씨는 "불법체류 2년만에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았다"며 기뻐했다.불법 체류자들의 은신처, 우범지대 등으로 인식되던 이 지역이 '희망타운'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의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9월1일 이후 동포사랑교회, 서울중국성교회 등 조선족타운 내 종교단체들과 재중동포들을 중심으로 '가리봉 희망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재중동포들은 우선 첫 사업으로 그동안 도움을 받은 한국사회에 봉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강제출국 당한 후 올 9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체류 자격을 받아 입국한 김경학(40)씨 등 재중동포 5명은 최근 '동포봉사단'을 구성, 가리봉시장 인근 '쪽방'촌을 찾아다니며 1,000여명의 노숙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한달에 5만원씩을 거둬 쌀, 비누, 치약 등 생필품을 사주고 청소도 해주며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살자"고 서로 격려하고 있다. 횟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동포 김모(42)씨는 "제2의 고향인 가리봉동을 활기 넘치는 동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즐거워 했다.
지난달 말에는 '가리봉에 희망을! 동포에 희망을! 민족에 희망을!'이란 구호와 함께 '가리봉 중국동포타운 추진위'가 구성됐다. 또 '가리봉 중국동포 타운'이라는 지역신문도 이달부터 매주 발행, 고용허가제와 취업정보 등을 공유하며 이 일대 3만여 재중동포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서울중국성교회 최황규 목사는 "22만7,000명의 불법 체류자 가운데 현재 1만2,000여명이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았다"며 "불법 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난 재중동포들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도 살리고, 한국사회에 봉사하기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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