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우 히로시 글·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발행·각권 7,000원이토록 단순한 그림과 글이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럽고 행복할까. 일본 작가 이토우 히로시의 원숭이 시리즈 그림책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1992년 일본 최고의 문호 중 한 사람인 야마모토 유조를 기리는 '길가의 돌' 유소년 문학상을 받은 '원숭이의 하루'를 비롯해 '원숭이는 원숭이' '원숭이 동생' 세 권이 나란히 나왔다.
귀여운 원숭이들이 잔뜩 등장하는 이 책들은 어린 아이다운 생각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어디서 왔을까, 나는 누구일까, 저 먼 곳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각 권의 이야기는 "나는 원숭이예요. 남쪽 나라의 섬에 살고 있지요. 해님이 방긋 떠오르면 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조르륵 오줌을 누고 아침을 먹지요" 라고 반복되는 문구로 시작된다. 문장에 리듬감이 있어 후루룩 국수를 삼키듯 술술 넘어간다. 그림은 작고 앙증맞다. 굵은 선과 강렬한 색채의 올 컬러 그림도 집어넣어 이야기 흐름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
무대는 아주 작은 외딴 섬이다. 꼬마 원숭이들은 섬에 들를 때마다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겪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다거북 할아버지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원숭이의 하루') 곧 태어날 동생을 기다리던 어린 원숭이는 궁금해진다. 나는 어디서 왔을까? 바나나처럼 나무에서 열렸을까? 아니면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원숭이 동생') 바닷게가 귀를 물어버리는 바람에 혼자만 '게 귀'가 된 원숭이는 외톨이가 된 것 같아 울적해 한다. ('원숭이는 원숭이') 아기 원숭이는 피곤에 지친 바다거북 할아버지를 염려하고, '너의 갓난아기 시절은 이러이러 했단다' 하고 들려주는 엄마의 말에 눈을 반짝이고, 누구나 한 번쯤 '게 귀'가 되는 것 같은 뜻밖의 사건을 겪을 수 있고 별 일 아니라는 설명에 안심한다. 어린 마음을 다독거리는 어른의 사랑과, 그런 어른들에 기대는 아이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포근한 책들이다. 6세 이상.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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