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박정희 정권 시대라면 그런 이야기를 하자마자 안기부와 경찰에서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보고했을 것이고, 국세청장은 발언을 한 총수의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보고서를 갖고 왔을 겁니다."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장들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강도 높은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발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16일 회장단회의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고, 과거 박정희 대통령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때문. 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민생점검회의 종료 후 손길승 전경련회장, 김창성 경총회장 등 경제단체장(상의, 무협, 기협은 상근부회장이 대리참석)을 바라보며 '대통령 리더십비판'에 대해 작심한 듯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이 박 대통령 같은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시대인가. 그런 시대 라면 회장들이 은행융자를 받기 위해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에게 부탁해야 할 것"이라며 "요즘은 은행장도 자율적으로 선임되면서 기업인들이 청와대를 찾을 필요가 없어지지 않느냐. 내가 직접 골라 임명한 은행장은 한명도 없다"고 강조했다는 후문. 노 대통령은 또 "손 회장에게 곧바로 전화하고 싶었지만, 경제계에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많은 것 같아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나라가 태풍 피해, 북핵문제, 파병 문제 등으로 어려운데, 경제계까지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경제계가 도와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손길승 회장은 "당시 회장단 회의의 발언이 와전됐다"며 "재계가 경제회생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는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기업으로 불똥이 튈까 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모 그룹의 경우 대학교수들이 2세의 편법 증여·상속 문제로 고소한 건에 대해 수사를 보류했던 검찰이 최근 기소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도 해운의 비자금수사가 손 회장의 사법처리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적지않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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