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26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측으로부터 150억원을 받아 이 가운데 30억원은 언론인 접대비 등에 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씨는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검찰은 이날 서울지법에서 열린 박씨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1차 공판에서 150억원을 받게 된 경위와 관련, "돈을 관리한 김영완(50·해외체류)씨 자술서에 따르면 '언론인을 만나는데 돈이 많이 든다'며 은근히 고 정몽헌 회장에게 돈을 부탁할 것을 김씨에게 요구했고 150억원 중 30억원을 한번에 3,000만∼5,000만원씩 약 20∼30차례에 걸쳐 받아 썼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추궁했다.
검찰은 또 "부장급 언론인에게는 500만원, 차장급에게는 300만원을 촌지로 주는 등 회식이 있을 때마다 5,000만원 정도의 돈을 쓰는 것을 보고 김씨가 깜짝 놀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캐물었다. 박씨는 이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한 일도, 언론사 간부들에게 봉투를 준 일도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이 다시 "당시 200만∼300만원에 이르는 식사비용을 운전기사 노모씨를 통해 대부분 현금으로 지불했으며 수표를 사용한 일은 거의 없다는 식당 주인들의 진술이 있다"고 추궁했으나 박씨는 "현금은 부피가 커서 운전기사에게 지불을 맡겼고 수표, 카드로 계산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언론인들과는 1주일에 점심·저녁을 합해 평균 4∼5회 가량 식사를 했다"며 "1번에 10만∼300만원씩 소요된 회식비용은 판공비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윗분들의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또 "150억원 중 나머지 돈은 광주·전남지역 출마를 위해 남겨둔 것 아니냐"는 검찰측 신문에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퇴임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고 해외에 나가 조용히 살 계획이었기 때문에 출마는 생각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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