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로브그리예 지음·이상해 옮김 북폴리오 발행·9,000원프랑스 '누보 로망'의 대표적 작가인 알랭 로브그리예(81)의 장편 '되풀이'가 번역 출간됐다.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한 지 20년 만인 2001년에 낸 책이다.
'되풀이'는 난해하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베를린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첩보원 앙리 로뱅이 살해당한 한 남자의 가족을 찾아간다. 이후 전개되는 내용은 오이디푸스 신화의 복잡한 변주다. 죽은 남자 브뤼케의 아내는 오이디푸스의 엄마이자 아내 이름을 딴 이오카스테, 딸은 오이디푸스의 딸과 같은 이름인 안티고네다. 번번이 약물 중독으로 환각에 빠지는 로뱅이 이오카스테와 정사를 갖는 장면, 성애 중 어린 창녀를 잔인하게 학대하는 장면은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하다.
'되풀이'는 오이디푸스 신화 뿐만 아니라, '고무 지우개' '시해자' 등 로브그리예가 이미 쓴 작품의 장면과 대사 등을 조각조각 이어붙여 만든 소설이다. 작가는 이를 "문학적 스캔들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소설 제목은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저서 '되풀이'에서 따온 것으로, 과거에 있었던 것을 뽑아내 미래를 창조하는 데 쓰는 행위다." 안정성 속에 굳어진 빙하기 같은 문학 세계를 부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김지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