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락에 이어 '오일 쇼크'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급작스런 감산 발표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원가부담이 가중된 관련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25일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유가급등 소식에 따른 미 증시의 하락에 영향 받아 장 중 한 때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낙폭을 만회, 11.18포인트(1.54%) 내렸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총회에서 산유국들이 현재 2,540만배럴인 하루 생산량을 11월부터 90만배럴 감축키로 합의한 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일제히 폭등했다. WTI는 하룻만에 배럴당 1.07달러 상승, 배럴당 28.02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도 0.9달러 오른 27.09달러로 마감됐다.
유가폭등하나
OPEC의 결정은 전쟁 여파로 산유량이 하루 150만배럴 이하로 떨어졌던 이라크가 최근 증산에 돌입, 연말께는 산유량을 200만배럴로 끌어올릴 경우에 대비한 선제적 대책이다.
미국이 통제하는 이라크가 공급과잉 사태를 초래해 발생할 수 있는 유가폭락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9월 이후 이라크와 비(非) OPEC 산유국의 증산으로 국제유가는 OPEC이 설정한 하한선인 배럴당 22달러까지 하락할 조짐을 보였다"며 "OPEC의 이번 조치는 유가를 최소 배럴당 25달러 이상으로 유지시켜야 한다는 OPEC의 의지 표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OPEC의 감산에도 불구, 유가가 대폭 상승해 30달러선을 위협하는 유가폭등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공사는 이라크 전쟁 종결 이후 배럴당 24달러 내외를 유지해온 두바이유가 연말에는 26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운용에 새 부담
그러나 OPEC의 감산 조치는 치명타는 아니지만, 내수부진과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경제 전반에는 가장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무역수지에 15억달러 가량의 악영향을 미치고, 국내 물가는 0.24% 가량 상승시킬 전망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두바이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26달러를 유지하면, 2003년 평균 유가는 지난해 보다 2.4달러 오른 26.2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 물가는 0.1% 상승하고, 국제수지는 7억달러 가량 악화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비상
유가 상승의 영향을 즉각 받는 항공·해운·유화 등 관련 업계도 수출 경쟁력과 채산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휘발유 가격이 10% 오르면 국내 자동차 수요가 5.1∼8.3% 감소한다며 중형 승용차 판매 부진을 우려했다.
반면 연간 2,000만톤의 유연탄과 50만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1년 단위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데다 화력 발전 의존율이 낮아 당장은 큰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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