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조폭 비상'이 걸렸다. 조직화하고 폭력적인 갱단들이 워싱턴 일대에서 우후죽순으로 퍼지면서 살인 강·절도 차량도난 마약거래 방화 등 각종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자리한 워싱턴 일대에 우범지대라는 오명이 덧씌워질 것을 우려한 시 당국은 '범죄 비상사태'를 선포, 대대적인 척결 활동을 펴고 있지만 주로 라틴 이민 사회에 뿌리를 둔 갱들의 기세는 쉽게 꺾일 태세가 아니다.갱 관련 범죄 급증
이 같은 위기를 반영하듯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수도 워싱턴의 범죄 증가 추세 및 갱들의 활동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특집기사와 사설 등을 잇달아 게재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 일대에서는 240여 개 조직에 3,000여 명의 갱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흑인이나 라틴 이민계가 밀집한 지역의 일정 구역을 기반으로 느슨하게 묶여진 패거리 집단(Crew)이지만 최근엔 보다 체계적인 조직망을 갖춘 갱단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갱단은 특별한 문신이나 손동작, 스카프, 색깔 등으로 조직원들 간의 유대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 특히 이들은 라틴계에 대한 자부심으로 뭉쳐있으며 엘 살바도르 뿌리와 로스앤젤레스 등 기존 토착 갱들과의 연계를 부각하고 있다.
워싱턴 경찰 당국은 갱 단속을 위해 보다 많은 인력과 재원을 투입하고, 범죄정보 기록 관리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갱들에 의한 살인과 강도 강간 등 범죄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경찰 당국은 "워싱턴시 구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70%가 갱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갱들의 암투
신생 갱들이 늘어나면서 세력다툼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 여름 워싱턴 북서쪽 콜럼비아 하이츠나 아담스 모건 등 흑인 및 라틴계 밀집 지역에서는 백주 대낮에 상대편 갱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거나 보복 살인극을 자행하는 사건이 빈발,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는 마약 이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4대 라틴계 갱 중 하나인 '마라 R'과 지역 토착 라틴계 갱 '1―5 아미고스' 사이에 벌어진 대낮 보복 총격전으로 갱 조직원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콜럼비아 하이츠의 상가 밀집 지역에서 벌어진 이 총격전으로 무고한 시민 1명이 희생되고 1명이 부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3년 동안 '1―5 Mob' 'K 스트리트' '살인 주식회사'등으로 알려진 갱단 조직원들이 57명을 살해하고 수십 건의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인종 유대로 뭉친 갱 조직
미 경찰은 통상 3명 이상이 모여 범죄행위를 계속하는 집단을 갱으로 분류하고 있다. 각 조직마다 차이는 있지만 갱 조직원들은 대개 강한 인종적 유대감으로 결합돼 있다. '헬스 에인절스'나 '판간스'같은 오토바이 갱 조직원들은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가죽 재킷을 주로 입는다.
라틴계 갱들은 잘 조직돼 있으며 특이한 문양의 벽 낙서나 손 동작 등으로 같은 조직원임을 표시한다. 흑인 갱들은 미 전국적으로 퍼져 있으나 워싱턴 지역의 경우 대부분은 이웃의 친구 동료들이 느슨하게 결합, 마약 등을 파는 '동네 깡패'형태를 띠고 있다. 흑인 갱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을 라틴계 갱들이 파고들면서 양측간의 영역 다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라틴계 갱들의 세력화
라틴계 갱들은 엘 살바도르나 산 미구엘, 라 유니언, 우술루탄 등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 국가 출신 이민자를 따라 워싱턴에 온 10대를 조직에 끌어 들여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다. 인종적 일체감을 무기로 새로운 조직원을 수혈 받고 있는 셈이다.
라틴계 갱들의 새 조직원 확장은 지역 중·고교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어 구사력이 떨어져 학교 생활 적응이 어렵고, 하루 종일 밥벌이에 시달리는 부모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이민자 10대들에게 갱 조직은 일체감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게 경찰 당국의 설명이다.
이들 중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조직은 엘 살바도르 이민자들로 구성된 MS―13. 경찰 당국은 북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와 프린스 조지 카운티, 워싱턴 시 라틴계 밀집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이 갱이 수백 명의 조직원을 두고 살인 강도 차량절도 등 범죄를 일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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