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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術코리아의 따스함 나눠야죠"/외국인 노동자 전문병원 건립 김 해 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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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術코리아의 따스함 나눠야죠"/외국인 노동자 전문병원 건립 김 해 성 목사

입력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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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는 병 같지도 않은 병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저승사자예요. 그들은 체력이 저하돼있기 때문에 감기에 한번 걸려도 치명적 질병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외국인 노동자 처우 개선에 힘써온 김해성(42·사진) 목사가 국내 처음으로 외국인 노동자 전용 병원을 세운다. 내달 25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외국인 노동자·중국 동포 병원'개원식을 갖고 상담과 진료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단 의사 3명, 간호사 20여명으로 가동될 병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내과, 가정 의학과, 정형외과 중심으로 운영된다. 신상진 전 의사협회장이 병원장으로 내정됐다.

한신대 신학과 재학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도피 생활을 했던 김 목사는 1980년대 경기 성남의 산자교회에 부설 노동상담소를 만들어 노동자 인권 운동에 나섰다. "그 때 처음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참한 노동환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94년 서울 가산동에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세웠죠." 외국인 노동자의 집은 현재 안산, 성남 등 모두 7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김 목사는 조금만 일찍 손을 쓰면 완치될 수 있는 병에 걸려 죽어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접하면서 이들을 위한 전용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입국할 때부터 1,000만원 이상씩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병에 걸려도 그대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치명적 질병으로 악화돼서야 병원을 찾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병에 걸려 죽어가는 과정은 한마디로 비참함 그 자체라고 한다. 가족이나 동료 노동자가 병원에서 숨을 거두어도 진료비를 내지 못해 시신 조차 찾아가지 못할 정도라는 것.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최근 들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우리의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돕는 단체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인 노동자를 돌보거나 치료하는 단체에는 정부 보조금이 나오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단체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의료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적자 폭이 커지더라도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운영할 생각입니다. 언어 문제로 국내에서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통역원도 상주시킬 겁니다." 이 병원에 근무할 의사와 간호사들에 대해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를 보장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중표 한신교회 목사가 병원 건물을 무상 기증해 이번 일이 성사됐다.

"이승만 대통령도 알고 보면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였지요.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지도층으로 활동하게 될 이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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