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가 첫 승의 대상으로 삼았던 프랑스에도 패하면서 사실상 미국월드컵 8강 진출의 꿈을 접었다. 아직 경우의 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강호 노르웨이를 상대로 3,4골차 승리를 따내기는 어렵다고 볼 때 한국은 목표를 첫 골과 첫 승리로 낮춰 잡아야 할 것 같다.한국은 두차례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패했다. 여자대표팀이 출국할 당시 지적한 바 있지만 이는 실력 뿐만 아니라 투자, 경험, 정보 등 인프라의 총체적 부실에서 온 결과다.
한국여자축구는 대학 9팀, 실업 3팀에 불과, 같은 아시아권의 중국 일본 북한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다. 초·중·고 등 아래로 내려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때문에 기본기에서부터 열세를 드러내는 데다 프로리그가 없어 경기경험이 적다 보니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는 제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브라질과의 개막전에서 선수들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기대이하의 플레이를 펼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남자대표팀과 달리 강팀들과 A매치를 자주 가진 것도 아니고 비디오분석관 등 전문가들의 도움이 없었다는 것도 부진의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여자축구는 분명 희망적이다. 한국여자축구는 불과 1,2년전만 해도 중국 북한 일본 대만 등에 몇골씩을 내주며 완패하는 팀이었지만 지금은 비약적으로 발전, 월드컵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만약 이런 여자팀에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한국여자축구는 머지않아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이나 중국의 선전을 볼 때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남자대표팀도 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처녀출전한 뒤 승리를 맛보는데 48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86년 대표팀의 일원으로 멕시코월드컵에 참가해 1무2패를 거뒀을 때 너무 긴장하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첫승을 거뒀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승을 거두고 조예선을 통과하는데 다시 16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그만큼 세계의 벽은 높고도 험하다.
한국여자팀에 박수를 보내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을 해준다면 우리는 조만간 태극여전사의 기적을 분명 보게 될 것이다.
/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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