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도청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법 복제 휴대폰을 이용, 가입자의 위치를 추적한 신종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 유흥업소와 심부름센터, 흥신소 등이 달아난 업소 종업원이나 채무자 등을 붙잡기 위해 복제된 휴대폰으로 위치를 추적한 것으로 밝혀져 심각한 사생활 침해는 물론, 인신매매 등 제2의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큰 것으로 우려된다.춘천지검 원주지청에 25일 구속된 전모(41)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대전 동구 용전동에 H통신이라는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유흥업소 업주와 직업소개소 운영자들로부터 휴대폰 불법 복제의뢰를 받았다. 전씨는 평소 잘 알고 있는 통신회사 대리점 직원 최모(29·구속)씨 등을 통해 본사 전산망을 이용, 기종과 일련번호 및 고유번호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휴대폰을 대량 복제했으며, 이 과정에서 복제 대가로 1개당 30만∼50만원을 받았다.
검찰 수사결과 통신회사들은 원칙적으로 휴대폰 고유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영업소장이나 애프터서비스 센터장에게만 부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영업 편의의 목적으로 직원들에게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얼마든지 외부 유출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최근까지 10개월여 동안 1,000개가 넘는 휴대폰을 불법 복제한 것으로 밝혀져 전국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휴대폰이 불법 복제되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복제된 휴대폰은 유흥업소 업주와 직업소개소 운영자들에게 건네졌으며, 이들은 통신회사의 '친구찾기'라는 위치추적 서비스에 가입, 달아난 유흥업소 종업원과 채무자 등을 추적해 붙잡는 데 활용했다. 실제 이번 수사과정에서 전주지역 윤락가 업주가 이런 수법으로 달아난 윤락녀를 붙잡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서 인터넷에서 휴대폰 고유번호(헥사코드)를 알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입해 휴대폰을 불법 복제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번에 구속된 정모(28·휴대폰 판매점 운영)씨는 인터넷에서 5,000만원을 주고 고유번호 조합 프로그램을 구입, 자신의 컴퓨터에 깔아놓고 복제 휴대폰을 대량 유통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1999년 10월부터 위치추적 서비스를 실시해 현재 270만여명이 가입해 있으나 휴대폰 불법 복제 및 위치추적을 통해 인신매매와 청부폭력 등 또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씨 등 6명을 구속하는 한편, 휴대폰 복제를 의뢰하고 가입자 위치를 추적한 김모(40)씨 등 무허가 흥신소 직원 16명을 전국에 수배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복제된 휴대폰을 통해 일부 통화내용을 들었다는 관련자의 진술도 있었으나 고도의 기술적인 검토가 필요해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혀 도청 여부에 대한 당국의 정밀 실험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주=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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