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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오지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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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오지 철도

입력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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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영주역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봉화· 태백· 삼척을 거쳐 강릉으로 올라가는 철도가 영동선이다. 영동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서울-강릉간 교통은 편도 10시간 이상 걸리는 이 철도가 가장 중요한 통로였다. 중부 내륙 산악지역을 종단하는 중앙선 지형도 험하지만, 백두대간 등줄기를 넘어가는 이 철도는 태백선· 정선선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험한 오지철도다. 태풍이나 폭우로 철길이 끊기거나, 눈이 많이 내려 운행이 중단돼 서울의 저탄장에 바닥이 보이면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곤 했다.■ 석탄이 없어도 불편할 일 없는 세상이 되어서 그런지, 아무리 영동선이 오래 끊겨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기상이변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피해를 입지만, 복구공사는 주민들 외에는 관심 밖이다. 지난해 루사가 할퀴고 갔을 때도 1개월 이상 철길이 끊겼고, 올해도 태풍 매미의 피해로 지금까지 영주-강릉간 운행이 전면중단 상태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다. 10월이나 되어야 오십천 교량 응급복구가 끝나 제천에서 영월· 사북· 태백을 돌아 강릉까지 운행하는 임시조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영주-태백간은 10월이 지나야 개통될 예정인데, 그나마 응급복구 수준이다.

■ 정선선 정선-구절리 구간은 지난해 루사 피해이후 아직 복구공사가 끝나지 않아 1년이 넘도록 열차운행이 중단상태다. 올 연말이 지나야 아우라지까지 일부 구간이 개통되리라 한다. 이토록 오지철도가 자주 끊기는 이유는 부실공사다. 얼마 전 TV 뉴스에 철근이 없어 밑둥이 잘려나간 영동선 철교 교각이 방영되었다. 일제 때 건설된 신작로 교량도 그런 날림은 없다. 그렇게 잘린 자리에 시멘트 반죽을 덧씌워 복구를 하곤 했으니, 다음 해에 또 끊기고 마는 것이다. 비탈에 돌을 쌓아 만든 노반 피해복구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다.

■ 엊그제 발표된 내년도 국가예산 사업 안을 보면 철도가 얼마나 버려진 교통수단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국가 간선도로망 계획을 보면 우리 국토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고속도로망이 짜이고 있다. 지방도시와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가 무수히 건설되고 있으며, 설계 중 또는 검토중이다. 고속도로나 국도의 연장이나 확장 같은 사업도 많다. 그러나 철도사업은 눈에 띄는 게 없다. 나라가 가난할 때 급하게 만든 철도가 낡아 해마다 끊기고 잠기는데, 언제까지 땜질복구만 반복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로에는 지나치지 않나 싶을 만큼 돈을 쏟아 부으면서 철도를 그렇게 내버려두는 까닭이 궁금하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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