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호주는 부동산 열기로 후끈하다. 예전에는 10년이나 20년이나 부동산 가격이 변하지 않아 보통 사람들은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집을 사고 난 후 다시 팔려고 하면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호주인들은 우리나라의 월세와 비슷한 렌트(Rent)를 선호했는데, 상황이 조금씩 달라져가고 있다.지금 호주의 부동산 경기는 한국 못지않다.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몇 명만 모여도 집 이야기가 공통 주제다. 언론에서도 부동산 관련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어 부동산이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거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시드니 올림픽을 치른 이후 시드니와 멜버른의 집값들이 오르기 시작 하면서 시작되었다. 시드니, 멜버른에 집을 장만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날씨가 좋은 브리스베인이나 골드코스트를 주목하자 집값 상승이 이어졌다.
이곳 골드코스트의 집값은 지난해보다 무려 26%나 올랐다. 굳이 집값 변동이 없던 예전과 비교하지 않아도 엄청난 상승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경우 요즘 두 집에 한 집 꼴로 집을 팔겠다는 세일 푯말이 붙어있는데 (여기서는 집을 팔려고 하면 거래하는 부동산에서 'For Sale'이라는 푯말을 그 집 앞에 세워놓는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집들이 얼마 안 가 'Sold'라는 빨간 색 글씨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몰린다는 얘기다.
집 값이 오르자 전에 없이 빈부 격차가 생겨나고 있다. 집 값과 함께 렌트비도 덩달아 뛰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렌트비가 오르자 집 살 생각이 없던 서민들마저도 생각을 바꿔 서둘러 집을 사려는 추세다. 전세가 없는 호주에서는 집을 사지 않으면 전부 렌트인데 돈은 주 단위로 낸다. (호주는 봉급이 월급제가 아니라 주급제라 모든 것이 주 단위다.)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렌트비가 턱없이 비싸지면 일반 봉급자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남의 집을 빌리는 렌트는 까다로운 데가 있다.
렌트를 하게 되면 4주치 렌트비를 보증금으로 내야 하는데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함부로 벽에 못을 박거나 페인트 칠한 벽에 조그만 낙서나 흠집이 생기면 이사 갈 때 거의 돌려 받지 못한다. 나갈 때는 카펫과 블라인드 청소까지 해 줘야 한다. 이런 것을 모르는 우리나라 교포들이나 유학생들은 무심코 벽에 못질을 했다가 보증금을 못 받고 나오는 황당한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 사람들은 융자를 받아서라도 내 집을 사려고 한다. 그나마 직장이 있고 집 값의 10% 현금만 있으면 30년 상한으로 융자를 받을 수가 있다. 호주도 이제는 서민들 살기 힘들게 되었다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다.
윤미경 호주 쉐라톤 미라지 골드코스트 호텔 근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