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젊었을 때만 해도 음악을 들으려면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했습니다. 오디오가 있는 집도 거의 없었고 LP 가격은 만만치 않았죠. LP를 들을 때면 음악을 절실하게 찾았던 당시의 제 모습과 느낌이 다시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집니다.”클래식 음악 LP를 모으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클래식 LP컬렉션을 자랑하는 서울 강남구 서초동 ‘알레코드(02_3477_6505)’ 박정철(44) 사장. 클래식 곡의 하이라이트만 틀어주며 “듣고 싶으면 대학 가서 전곡을 들어라”고 말씀하시던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 LP사랑 이야기를 꺼내며 다시 옛 생각이 나는 듯 말을 쉰다.
박 사장 역시 많은 LP마니아들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음악 감상실 ‘죽돌이’가 됐고 오디오를 구입하기 전부터 LP를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LP가 사양길에 접어들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쯤에서 나도 CD를 모아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LP 한 장을 사서 비닐을 벗기고 재킷을 구경하는 맛을 포기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LP면 ‘빽판’이라도 좋았다가 라이선스 음반을 사기 시작했고, 결국 수입음반을 모으게 됐습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수집벽’이 생기게 되죠. 특히 LP는 녹음 시기와 당시 사정에 따라 명반, 명연, 그리고 가격의 관계가 독특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이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명연이라고 극찬 받는 음반은 당시에 너무 많이 ‘찍어 냈기’ 때문에 가치가 없고 발매 당시 호평 받지 못했던 음반들이 오히려 고가를 자랑한다. 예를 들어 초고가 음반으로 평가 받는 바이올리니스트 비토(G. de Vito)의 ASD 429 음반은 비토 자신이 연주에 만족하지 못해 남편에게 전량 회수해줄 것을 사정했던 음반이다. 바로 다음날 회수에 나섰지만 결국 500여장은 회수되지 못했고 비토가 들으면 당혹스럽겠지만 바로 이 사연 때문에 음반 가격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셈.
“LP의 전성시대였던 1950~60년대는 아날로그 녹음 기술의 절정기였습니다. LP에 녹음된 음악은 50년이 넘도록 지속됐던 인류의 문화유산이기에 되도록 많은 LP가 디지털로 복각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아, 또 하나! 많은 가정의 창고에서 ‘썩고’ 있는 수많은 LP들이 빨리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기대도 빼놓을 수 없죠.”
박 사장은 지난 일요일 유럽의 친구들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 놓은 LP를 받으러 한달간의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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