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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나라당의 명분없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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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나라당의 명분없는 반발

입력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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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예산을 선거에 전용한 '안풍'사건의 1심 유죄판결을 두고 벌어지는 한나라당 주변의 언행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사자인 강삼재 의원이 "유죄 선고로 공인의 도덕적 자격이 일시 정지됐다"며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은 진의가 어디에 있든 이 사건의 부도덕성을 피할 도리가 없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사퇴서를 처리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에다 당 지도부는 이 사건을 무조건 정치적으로 몰고 가고 있다. 마치 강 의원이 희생양이라도 된다는 식인데, 될 법한 일이 아니다.국가기관을 한낱 정파의 사금고정도로 전락시킨 국기문란 행위라는 사건의 본질을 제쳐둔 채 판결을 정치재판이라고 단숨에 격하해 버리는 한나라당의 인식은 국민의 눈과 생각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최병렬 대표 등 지도부는 안기부의 구좌에서 돈이 나오긴 했지만 그 돈이 안기부 예산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당 차원에서 향후 소송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한다. 사건의 전말과 진실을 정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권력화한 정보기관이 정권의 도구로 이용된 사실이 부정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반응이다. 그는 판결을 "정치적 재판"으로 규정하면서 "정치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무리 강 의원이 자신의 핵심측근이라고 해도 어두운 불법 정치관행에 대한 일말의 언급이나 자각은 없이 정치보복만을 강조하려는 데서 권력만능, 도덕 불감증에 빠진 정치권의 타성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불법이라면 적어도 이 대목에서 만이라도 사과와 반성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설사 그 돈이 안기부 예산이 아니었다 해도 깨끗한 돈이었을 리가 만무하다. 밝혀야 할 것을 밝히지는 않고, 감싸고 호도해 봐야 이를 인정해 줄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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