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재건축 연한을 대폭 완화한 '도심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례안'이 내달 열리는 임시회에서 어떻게 처리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는 서울시의 공식적인 재의(再議)요구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의원 상당수가 재건축 연한 완화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수용 여부가 불투명하다.재건축 연한 완화 경과
시는 아파트 재건축의 남발을 막기 위해 안전진단 신청 연한을 1979년 12월31일 이전 준공된 아파트는 20년, 80년대 준공된 아파트는 건축연도에 따라 22∼40년까지 차등을 뒀으며 90년대 아파트는 40년 이후로 세분화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상임위(도시관리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198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최대 6년까지 단축된 수정안을 만들어 4일 통과시켰다. 20년이 적용된 범위를 79년 이전에서 82년 이전으로, 40년 적용 대상을 90년 이후에서 93년 이후로 3년씩 늘린 것. 또 임대주택 건립규모도 총 건립가구수의 20%이상이나 거주 세입자 총 가구수의 40% 이상으로 한 규정을 각각 15% 이상, 30% 이상으로 낮췄고, 재개발 지역 '지분 쪼개기'를 인정하지 않는 기준 시점도 당초 재개발 기본 계획 고시일인 1998년 10월29일에서 조례 시행일로 변경했다.
완화조례안 그대로 통과 우세속 논란
시의회는 내달 7일부터 임시회를 열어 조례안을 재심의하게 된다. 수정안이 통과되려면 상임위의 의견청취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2 이상 동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는 재의 발표이후 여론의 압박 등으로 시의회가 수정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시의회 수정안에 따라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곳은 81∼82년 준공된 아파트들로 빨라야 2005년이었던 것이 지금 바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등 48개 단지 3만1,449가구가 해당되며 이들 90%이상이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번 통과 때는 시의원 대부분이 해당 아파트가 지역적으로 편중된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지역도 포함되는 줄 알고 동료 의원들의 주장에 동조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시의원들의 분위기는 녹록치 않다. 도시관리위 위원장인 명영호(한나라당·용산) 의원은 "시민들의 재산권 보호 등을 위해서 지금의 완화한 조례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며 "다른 의원들도 시의 재의 요구로 인해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규(강동) 한나라당 대표의원은 "조례안 수정은 모든 의원이 합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진 만큼 번복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의 재의 요구는 실효 없는 '명분 세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연식(관악) 민주당 대표의원도 "한나라당에서 수로 몰아붙이면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라며 "민주당 내에서도 딱히 당론으로 반대입장을 정리하진 않았다"고 적극적인 제어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서종화(한나라당·성북) 의원은 "재건축 연한보다는 재개발 임대아파트의 비율 부담에 따른 지역 민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완화한 수정안 가결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조례안 심의 당시 반대토론에 나섰던 심재옥(민노당·비례대표) 의원은 "당시 본회의 상정때는 동료 의원들이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가 언론의 발표 이후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며 "당시 기권한 17표는 찬성쪽이라기 보다 동료 의원들 때문에 선뜻 반대하기 힘들었던 표로 분석돼 이번 임시회에서는 반대가 많이 늘 것"이라고 다른 전망을 했다. 심 의원은 또 "부동산 값을 잡겠다고 정부와 시가 나서는데 시의회가 딴지를 걸어서야 되겠는가"라며 "동료 의원들에게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촉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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