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매월 임금에 포함시켜 지급하겠다고 회사가 제의해서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계산을 해보니 퇴직 직전 최고 호봉일 때를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택할 수 없어 훨씬 손해인 것 같다. 손해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30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직금 6,000만원을 받았다. 회사는 법규정 대로 퇴사 직전의 월급 200만원에 일한 햇수인 30년을 곱해서 정산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만원 외에도 교통비 등으로 매월 수 십만원씩을 추가로 받았으니 그 돈까지 퇴직금 계산할 때 포함시킨다면 1,000만원 정도는 더 받아야 하는데….
노조위원장이 임의대로 회사와 합의를 해 상여금을 반납해 버렸다. 나는 동의하지 않았고, 노조위원장은 이후 노조원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소송을 내서라도 상여금을 돌려 받아야 겠다.
해고 등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이 사문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노동 소송 전문가들도 임금, 퇴직금 소송에서는 계약서를 쓰기 앞서 근로기준법을 한 번 더 보라고 권고한다. '임의 법규'가 많은 민법이나 상법에서는 법 조항보다 당사자의 계약서가 우선이지만 임금, 퇴직금은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계약이 아닌 한 계약사항이 근로기준법과 충돌했을 때 원칙적으로 '강행 법규'인 근로기준법이 우선이다. 사례 1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하급심을 깨고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며, 사용자와 근로자들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34조 제1항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다"(2002도2211)고 판결했다.
합의에 따른 중간정산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회사측이 매월 나누어서 지급한 퇴직금은 사실 퇴직금을 빙자한 임금"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럴 경우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지급된 돈 외에 추가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판례는 호봉제와 관련된 것이고 연봉제 퇴직금에 관한 판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대전지법에서 내려진 판결이 연봉제 퇴직금과 관련된 판결이라고 해서 관심을 끌었지만 엄밀히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지난 6월 대전지법 민사항소1부는 연봉제 계약을 맺은 생산직 근로자가 낸 퇴직금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받아들여 "매월 임금에 퇴직금을 포함시켰다고 해도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추가로 퇴직금 134만5,166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담당 재판부의 신귀섭 부장판사는 "실적이나 능력에 따른 평가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연봉제는 연구직 등에 적당한 것이지, 일률적인 일을 하는 생산직에 적용하면 회사측이 악용할 소지가 있어 적절치 않다는 것이 주된 판결 내용"이라며 "이 사건에서는 연봉 계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봉제 퇴직금에 대한 판결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례 2도 임금, 퇴직금과 관련된 대표적인 소송예이다. 퇴직금은 임금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임금이 많을수록 퇴직금도 많다. 따라서 교통비, 중식비, 가족수당, 연차수당 등 각종 '부가적인 지급금'을 과연 임금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이와 같은 소송에서 쟁점이 된다. 임금에 포함되느냐 하는 기준은 고정성, 일률성에 있다. 법원은 사례 2에서 근로자가 결근을 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교통비가 10만원으로 고정돼 매월 지급됐다면 임금으로 보고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횟수 등을 계산해 신축적으로 지급됐다면 임금으로 보지 않고 있다. 때문에 같은 교통비라도 사안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사례 3은 임금·퇴직금에 대한 해석이라기 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해석한 것으로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패소 판결했다. "노사 합의 사항에 대해 노조원에게 사후 동의를 거칠 필요는 없으며, 사정이 나아지면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또다른 '반납 상여금' 관련 소송에서 "자진 반납한 상여금은 임금 삭감액으로 볼 수 없으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인정함으로써 회사와 근로자에게 한차례씩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勤基法, 단체협약에 항상 우위 아니다
근로기준법이 단체협약보다 앞선다지만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단체협약도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경우가 아닌 한 무효는 아니다"라는 대법원의 판례 때문에 임금·퇴직금 소송의 상당수는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대로 공무원이나 준공무원에게는 근로자에게 유리한 단체협약이라도 다른 법과 충돌했을 때 효력이 부정된다. 서울고법은 6월 "단체협약으로 임금 추가 지급을 합의했는데도 복지부장관 사후 승인을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27조' 들어 단체협약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자들이 낸 위헌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또 전과기록을 감추고 수십년 간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이 퇴직금을 요구할 때 법원은 "공무원 결격자로 임용 자체가 무효인 만큼 퇴직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이 자신이 일한 대가에 따른 퇴직금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소송을 낼 경우는 승소할 수 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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