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검찰이 긴밀한 내부 협의 아래 비리 연루 혐의가 확인된 법원 직원들을 선별 기소하는가 하면, 기소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처벌 수위를 조정했다는 현직 법원 간부의 발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김동건 서울지법원장은 25일 서울 고·지법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경매 비리 혐의로 기소된 법원 직원 이모씨에 대해 법원이 지난 5월1일 선고유예 판결(본보 5월16일자 A8면보도)을 한 이유를 묻는 민주당 조배숙 의원의 추궁에 "사실 지난해 검찰에 적발된 200여명의 법원 직원이 모두 기소될 경우 법원 업무가 마비될 수 있어 법원과 검찰이 당시 '법원 자정결의'가 있었던 1999년 5월 이전의 사건에 연루된 직원은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98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지법 의정부지원과 성남지원의 민사신청과 등에서 근무하면서 일간 신문사로부터 경매광고를 많이 배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97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김 원장은 이어 "이씨의 경우 그 이전(99년 5월 법원 자정결의)의 사건이었는데도 기소가 되는 바람에 '약속 파기'에 해당돼 공소 취소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또 "검찰이 '공소취소 대신 선고유예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해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조 의원은 "검찰과 법원이 내부 거래를 했다니 이해가 안가네요"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발언 파문이 커지자 국감 후 "당시 서울지법원장이 아니어서 잘 몰라 주변에서 들은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말실수가 있었다"며 "당시 전혀 내부 거래 같은 것은 없었으며, 본의 아니게 과장된 발언을 하는 바람에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법원경매비리를 수사했던 박영관 전주지검 차장은 "수사 당시 법원으로부터 대상이 너무 많으니 좀 선별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법원 경매 비리를 집중 수사, 법원 경매 부동산 입찰매각 공고 광고를 내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신문사들로부터 2,200만원 이상을 받은 법원 경매계 직원 9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지명수배한데 이어 1,500만원 이상을 받은 직원 2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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