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를 둘러싼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간 갈등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한상의까지 가세,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부의 정책조정력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위헌소지 경제법령 현황'이라는 자료를 통해 출자총액제한제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재산권, 경제활동 자유를 제한할 때는 그 기본권의 제한이 최소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출자제한은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막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생산적 출자까지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고,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KDI는 이날 국회제출 국감자료에서 "2001년 말 예외조항 확대 등 출자제한 완화는 그 동안 정부의 재벌개혁 노력을 상쇄시켰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KDI는 "경기 침체 때 마다 재계는 출자규제 폐지를 요구했고, 결국 정·재계 타협으로 출자제한 완화로 귀결됐다"며 "예외확대는 출자규제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이에 따라 예외조항을 폐지하고, 대신 순자산의 25%인 출자한도를 지금보다 높게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출자제한이 적은 지분으로 수십개 계열사를 호령하는 황제식·선단식 재벌체제를 규제하는 유력한 수단인지, 아니며 건전한 투자까지 막는 과다 규제인지 여부.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연구원 등의 실증분석에서도 출자제한을 폐지했던 1998∼2000년까지 재벌의 실물투자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며 "시장개혁 태스크 포스(TF)팀에서 아무리 요구해도, 재경부나 재계는 도대체 어떤 투자가 안되고 있는지 근거를 못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경련 신종익 상무는 "롯데가 미도파를 인수하고,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는 등의 출자는 내용적으로 투자이며, 이런 사례는 이(異) 업종간에도 많다"며 "다만 기업비밀 때문에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해결점 없이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것은 결국 정부 정책 조정력의 한계때문. 정부는 당초 재경부와 공정위, 재계와 학계 등으로 구성된 TF에서 이 달 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하고, 3∼4개월동안 논의를 거듭했지만 의견 접근을 보지 못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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