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노튼(34)은 천사와 악마의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잘 보여주는 배우다. ‘레드 드래곤’에서의 영리하고 예민한 수사관 역할도 지적인 그의 외모에 걸맞지만, ‘프라이멀 피어’‘파이트 클럽’ 등에서 야누스 같은 면을 선보일 때의 모습이 더 에드워드 노튼답다. 선한 눈매 뒤에 숨긴 악마의 발톱을 그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는 그리 많지 않다.‘똑바로 살아라’ 등 화제작을 생산해왔던 스파이크 리 감독의 ‘25시’(‘25TH Hour’)에서 에드워드 노튼은 뉴욕의 정글 같은 삶 속에서 약삭빠르게 살아가는 마약상 몬티로 나온다. 누군가의 밀고로 7년형을 선고받은 몬티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 24시간이 영화의 전부다. 몬티는 친구와 애인, 그리고 세상을 저주하지만 감옥에 가야 한다는 현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에드워드 노튼은 조금 비열한 악역이지만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로 영화의 긴장을 이끌어나간다.
유색인종인 애인이 자신을 경찰에 넘겼으리라는 몬티의 의심은, 9.11 이후 테러에 시달리는 미국의 심란한 내면을 잘 보여준다. 그의 표정은 바로 9.11 이후를 살아가는 신경증적인 미국인의 표정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준비한 놀라운 반전 속에서 그는 더 원숙한 매력을 발산한다. 15세가.
창백한 표정,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여린 외모. 월 스트리트의 증권맨 정도가 어울려 보일 외모다. 예일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의 학력과 어울린다. 하지만 언제라도 폭발할 듯한 격정의 눈동자는 그를 평범한 연기자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Fight Club)은 에드워드 노튼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면모가 유감 없이 드러난 작품이다. 숨막히는 대도시 생활 속에 직장인들이 가슴 깊이 내리 눌러놓은 파괴 본능을 찾아간다는 도발적인 영화의 설정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얌전한 샐러리맨이 폭력의 사도로 돌변하는 과정이다.
노튼은 자동차 회사의 리콜 심사관으로 일하면서 취미로 고급 가구를 모으는 잭으로 나와 무기력하고 공허한 도시인의 일상을 보여준다. 야수성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타일러(브래드 피트)를 만나면서 폭력의 즐거움에 눈뜨고, 자신의 원시적인 모습을 긍정하는 에드워드 노튼은 바로 ‘문명이라는 억압’을 뚫고 나가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뒤통수를 묵직하게 때리는 반전과 함께 노튼의 신들린 연기가 어울린 작품이다. 18세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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