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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각선미-가을 노출패션 새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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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각선미-가을 노출패션 새 화두

입력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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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발길을 떼면 거리는 눈길을 못 뗀다그것은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벌어졌다. 지하철이 움직이며 뿜어낸 엄청난 바람이 통풍구를 뚫고 올라와 치마를 날렸다. 낙하산처럼 부풀어오른 치마를 재빨리 눌렀지만 이미 허벅지까지 노출된 상태였다. 그때 나는 보았다. 내 오므린 무릎위로 꽂히는 지하철 통풍구 바람 만큼이나 뜨거운 당신들의 시선.--- 마릴린 먼로

라스베가스 공연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비행기 트랙에서 내릴 때 사진기자들의 플래쉬가 엄청나게 터졌다. 미니스커트의 창시자 마리 콴트가 누군지 나는 모른다. 그저 당시 최신유행이었던 짧은 치마를 입었을 뿐. 그때 내가 옮겨탄 차창으로 계란이 날아왔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그들은 내 다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윤복희

치마 길이가 무릎위 15츠 이상 올라가면 풍기문란이라고 해서 경범죄에 걸리던 시절이 있었다. 경찰들이 자를 들고 다니면서 길가던 여성들을 세워놓고 노출된 허벅지 길이를 재는 진풍경이 예사로 벌어지던 시절,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는 것은 일종의 비윤리적 행위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규범도 바뀌듯 미니스커트의 도발성을 보는 시각도 범죄에서 개성으로, 질책이나 경원에서 찬탄으로 바뀌었다. 2003년 가을, 미니스커트의 대대적인 부활이 예고되는 가운데 여성의 각선미가 가을 노출패션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있다.

노출패션- 가슴에서 다리로

옷차림이 두터워지는 가을에 섹시패션이 가당키나하냐고? 오호라, 모르시는 말씀. 미니스커트는 1960년대 영국 디자이너 마리 콴트가 첫 선을 보인 이래 국내서도 60년대는 물론 1993~4년 소위 동꼬치마 유행에 이어 올해 다시 위력을 과시하고있는 패션아이템이다.

미니는 이미 지난 여름부터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가슴골을 노출시키는 클리비지룩(Cleavage look) 열풍에 밀려 두드러지지 않다가 가을 들어 패션계의 주류로 떠올랐다. 노출부위가 가슴에서 다리로 옮겨 간 셈이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몸매를 가꾸고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 노출패션의 원동력”이라는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수석연구원은 “특히 올들어 60년대 스타일에 대한 복고바람이 거세지면서 복고무드와 노출 트렌드를 모두 만족시키는 미니스커트가 각광받는다. 그 덕에 한동안 성적 매력의 중심부 역할에서 제외됐던 각선미가 다시 중요해지고 다리선을 강조하는 패션 액세서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리를 강조하는 패션트렌드는 지난 봄 파리와 뉴욕 등지에서 열린 2003/04 추동복컬렉션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샤넬은 짧은 미니스커트 아래 허벅지에서 시작해 발목에서 끝나는 변형된 레깅스(다리에 착 달라붙는 타이츠형 바지)를 입혀 섹시한 소공녀풍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엉덩이를 겨우 가릴만한 마이크로 미니스커트에 코발트 오렌지 등 형광색 불투명 스타킹을 신겨 화려한 색채대비 효과를 선보였다.

DKNY와 루이비통은 주름잡은 플리츠스커트에 무릎길이의 양말을 매치해 스쿨걸룩을 완성했고, 블루걸은 미니스커트에 니트로 만든 레그워머(일명 발토시)를 허벅지까지 올라오게 덧신는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셀린느는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타이트하게 몸에 꼭 끼게 만들어 하체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내는 스키니팬츠를 입혀 글래머러스하게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거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무릎선이나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를 내놓았다.

패션스타킹 인기 점화

여성미의 중요 쟁점부위가 가슴에서 다리로 옮겨감에 따라 국내 패션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올 가을 가장 각광받는 포인트 액세서리는 패션스타킹이다. 국내 패션스타킹 시장을 석권하고있는 비비안은 25종에 달하는 다양한 패션스타킹을 출시해놓은 상태. 비비안 디자인실 우연실 실장은 “해마다 패션스타킹의 인기가 높아가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미니스커트의 부활로 다양한 스트라이프와 체크무늬, 팝아트적인 대담한 꽃무늬 등 무늬가 더욱 다채롭고 색상도 화려해진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이프의 경우 다리를 날씬하고 길게 보이게 해준다는 점 때문에 인기다. 세겹의 줄무늬를 함께 넣거나 굵기가 다른 스트라이프를 서로 교차시키는 등 직조방법도 다양해졌다. 오로블루는 스트라이프 부분의 원단을 얇게 해서 입체적으로 무늬를 살리거나 사선과 직선이 교차되는 특이한 스트라이프를 선보였다. 또 필로도로는 스포티브 트렌드를 이용해 빨강이나 파랑색 스타킹 옆선에 하얀색의 폭넓은 줄무늬를 넣어 활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제품들도 내놓고있다.

길이가 다양해진 것도 올해 패션스타킹 시장의 특징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팬티 길이외에도 스쿨걸룩을 연출하기 좋은 무릎길이의 판탈롱 스타킹, 발부분이 없이 발목까지만 오는 레깅스 스타킹 등. 이들 다양한 길이의 스타킹은 면이나 니트, 울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져 미니스커트에 받쳐입었을 때 보온효과와 다양한 레이어드 연출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또 탄력성이 뛰어난 스판덱스를 섞어 각선미를 최대한 살려줄 수 있도록 했다.

패션스타킹 이외에도 올해 패션리더들이 갖춰야할 필수품은 다리선을 드러내주는 레깅스와 레그워머, 롱부츠. 베스띠벨리 디자인실 박성희 실장은 “상체는 풍성하게 하체는 길고 늘씬한 각선미를 최대한 드러낼 만큼 꼭 맞게 입는 것이 올 가을 멋내기의 필수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연출법

패션스타킹은 대담하게

화려한 색채나 스트라이프, 로고무늬 등의 패션스타킹으로 미니스커트 아래 다리를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것이 트렌드. 초미니스커트에 코발트색 스타킹으로 강렬한 색채대비 효과를 낸 마크 제이콥스(왼쪽)와 로고 스타킹을 내놓은 D&G.

레그워머는 타이트하게

일명 발토시로 불리며 80년대 유행했던 레그워머가 복고바람을 타고 올해 다시 등장했다. 80년대와 틀린 점이 있다면 다리선을 살릴만큼 충분히 타이트한데다 니트는 물론 울과 가죽 등 소재가 다양해진 것. (샤넬)

스쿨걸룩엔 무릎길이 양말

미니스커트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충분히 소화가능한 아이템. 무릎을 살짝 드러낸 길이의 치마에 무릎을 살짝 덥는 길이의 양말로 발랄하게 연출한다. 앞코가 둥근 펌프스 스타일 구두가 잘 어울린다. (루이비통, DKNY)

시크한 멋은 레이어드로

올 가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레이어드(겹쳐입기). 롱부츠위로 허벅지 길이의 양말이나 스타킹이 드러나게 하거나(블루걸) 스타킹위에 레그워머를 덧신는 것(비키), 망사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니트로 된 화려한 레깅스나 레그워머를 겹쳐입는 것(져스트카발리) 등이 세련된 연출법으로 인기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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