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인 거래량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단골 문제아' 기업들은 상당수가 우량회사 임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들이 주식을 움켜쥐고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기업이익으로 무상증자를 해 주식수를 늘리거나 액면분할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 바람에 의도적 상장폐지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24일 증시에서는 증권거래소가 3분기 거래량 요건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예고한 롯데제과 녹십자 등 17개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우량종목이라는 이유로 주식을 샀으나 매매가 잘 안돼 쉽게 팔 수도 없는 데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로 주가마저 폭락하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이 같은 거래량 미달 종목가운데 롯데제과 남양유업 대구·서울도시가스 연합철강 천일고속 대현 브릿지증권 등은 올들어 2차례 이상 거래량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거나 지정 위기에 처하는 등 전형적인 사고 팔기 힘든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제과는 상장 주식수가 142만1,400주지만 한 달 평균 거래량이 1만8,147주에 그쳐 3분기 주식 회전율이 고작 1.2%에 그치고 있다. 한 달 동안 100주 가운데 1.2주만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롯데제과는 신격호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49.19%를 움켜쥐고 있고, 외국인이 45.88%를 갖고 있어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4.93%에 불과한 7만47주에 그치고 있다.
유통 주식수가 이처럼 적은 데도 회사측은 무상증자나 액면분할 등을 통해 주식수를 늘리지 않는 것은 물론 올 7월 신 회장과 호텔롯데 등이 1만5,584주(1.1%)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 때문에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올 6월 보고서에서 "롯데제과가 폐쇄적인 그룹 특성상 상장 폐지를 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롯데제과가 롯데그룹의 주요 지주사라는 점과 최근 대주주의 지분변동 현황이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올 6월말 거래량 미달로 상장폐지 일보직전까지 몰렸으나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억원의 자사주 신탁계약으로 거래량 요건을 채웠다. 당시에도 투자자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상증자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자사주 매입이라는 묘안을 짜냈다.
거래량 미달 상습 기업들은 분기별 거래량 요건 기준일 직전에 대주주끼리 자전 거래를 통해 관리종목 지정에서 벗어난다.
8월 27일까지 거래량 미달로 관리종목 편입이 우려된 대구도시가스는 마지막날인 30일 하루 동안 3만3,000여주를 자전거래하면서 관리종목 지정에서 제외됐다.
거래소 서남기 상장공시 총괄팀장은 "시장에서 주식이 유통되지 않는 기업들은 기업공개의 의미가 없고 상장 자격도 부족하다"며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식의 환금성을 높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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