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세월은….?"40년 간의 동거생활을 하며 자신 소유의 건물까지 상대 남성에게 넘기게 된 60대 여성이 사실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상대가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성과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 법적인 배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민사22부(김이수 부장판사)는 24일 이모(65·여)씨가 "40년 가까이 동거했다면 사실혼 관계로 봐야 한다"며 양모(80)씨를 상대로 낸 사실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남편과 아이를 두고 있던 이씨는 60년대 초 재일동포인 양씨를 만나 친분을 유지하다 65년 남편이 지병으로 숨진 뒤 양씨와 동거생활에 들어갔다. 이후 이씨는 양씨의 부모님과 함께 살기도 하고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도 양씨 집안의 제사에 참여하게 하는 등 어엿한 '부부'로 생활했다.
그러나 이씨가 1996년 양씨가 자신 몰래 71년 일본에 있는 다른 한국인 여성과 혼인 신고를 하고 아이까지 낳은 사실을 알게 되고, 2000년에는 양씨가 이씨 명의의 건물을 자신 명의로 돌린 사실이 들통 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해 법원에 "사실혼 파기로 피해를 입었다"며 양씨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의 1심 판결에 이어 서울고법도 이날 "양씨는 애초에 이씨와 혼인의사가 없었던 것 같다"며 "판례상 법률혼을 사실혼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