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보유주식을 불공정하게 거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다. 은행이 주식불공정 거래에 연루돼 검찰에 고발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국내 최대의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대외 신인도와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보유중인 SK증권 주식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대량으로 처분, 28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국민은행과 신모 부행장 등 담당 임직원 2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SK증권의 명의개서 대행업무를 수행하면서 SK증권의 감자(減資) 일정을 알게 된 뒤 SK증권의 감자발표 하루 전인 5월 12일 보유주식의 절반 수준인 728만5,290주를 총 82억원(주당 1,122원)에 매각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국민은행의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신 부행장은 당시 담당 부서장으로부터 SK증권의 감자추진에 대한 미공개정보를 보고 받고 SK증권 주식을 매각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이 주식을 판 다음 날 SK증권은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자본금 감소(감자)와 액면가를 2,5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 등의 이사회 결의내용을 공시했다. SK증권 주가는 감자 공시 이후 일주일 사이에만 30% 이상 급락, 9월 현재 67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로 인해 국민은행은 약 28억원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다.
국민은행은 1999년 10월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519만주를 747억원에 취득했으며 올 5월 12일 이후 나머지 보유 주식도 전량 매도, 총 처분액 140억원으로 전체적으로는 SK증권 주식투자와 관련해 607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SK증권 주식보유로 인한 평가손실이 커지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금융기관 등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철저히 단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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