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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속 "眞景"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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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속 "眞景"을 찾아서…

입력
200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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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眞景)'은 17∼18세기 조선 후기에 태동한 주체적 예술양식이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로 대표되는, 우리의 산천을 우리의 고유한 예술양식에 따라 그려내고자 했던 진경 정신은 조선 후기 문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진경 정신을 화두로 한국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진경―그 새로운 제안' 전을 24일 개막, 11월11일까지 연다.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진경 정신을 찾아보고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획이다.언제나 예술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자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인 자연, 이 전시는 현대의 작가들이 해석하는 자연에 주목한다.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설치 미디어 등 현대미술 전 부문에 걸쳐 65명의 작품 250여 점이 출품됐다.

전시는 작가들이 다루는 소재를 중심으로 크게 네 가지 소주제로 구분된다. '원형으로서의 자연'에는 미시적 시각으로 자연의 원형적 형상을 다루는 이들이 포함됐다. 구름을 그리는 강운, 모래 그림의 김창영, 바다를 다루는 박복규 등이다.

풍경을 소재로 하되 한국의 독특한 대기의 느낌을 표현하는 작가들은 '대기로서의 풍경'에 묶였다. 이들은 도심만 벗어나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우리의 산과 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재현한다. 화가 강요배, 김보희, 김애영, 문봉선 등과 사진작가 배병우, 민병헌의 작품이 나온다.

산수화의 전통적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작가들은 '양식으로서의 산수'로 분류됐다. 양수리에서 작업하며 주변 풍경을 포착하는 민정기, 전통적 두루마리 그림의 형식을 차용해 펼쳐진 지형도를 보여주는 목판화 작업의 김종억, '동강 전도'의 이호신 등이다.

'환경으로서의 도시'는 현대적 진경의 의미를 묻는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현대 작가들에게는 거미줄처럼 뻗은 도로와 빌딩 숲이 오히려 진경일 수 있다.

도시는 관조의 대상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호흡하듯 우리와 매순간 부대끼는 환경이다. 서울 구석구석을 찍은 사진을 퍼즐처럼 맞춰 거대한 추상적 화면을 만들어내는 박홍천, 도시 개발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한 마을을 오랜 시간을 두고 관찰한 연작 '도시의 섬'의 정선휘 등이 이 범주에 묶였다.

전시기간 중 10월 14, 15, 17일에는 청소년 미술체험 워크숍 '미술관에서 만난 풍경'이 열리고,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에는 전시설명회가 열린다. 문의 (02)2188―6000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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