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이 '우리말 훼방꾼'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로드맵', '태스크포스' 등의 외래어 때문이란다. 이런 우리말 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래어는 꾸준히 사용된다. 왜 그럴까? 나는 외래어 애용자들이 내심 '반응지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예를 들어 회사에서 윗사람이 "김 대리는 퍼포먼스는 좋은데 퍼스낼리티에 문제가..."라고 말한다고 치자. 그러면 이상하게도, "김 대리는 말야. 일은 잘하는데 사람이 좀....."이라고 말할 때보다 부드럽게 들리고 반발도 적다. 실은 똑같은 얘기지만 외래어를 사용하면 듣는 사람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느라 반응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꼭 뜻을 몰라서가 아니다. 우리는 '퍼스낼리티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화를 내본 경험이 없기에 성질을 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고, 그러는 사이 상사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청와대가 굳이 '로드맵'과 '코드'를 고집해 온 까닭도 비슷하지 않을까? 정치 소비자들은 '정치 일정'이나 '정치적 취향' 같은 말에는 좋든 싫든 즉각적 반응을 보였을 테지만 '로드맵' 같은 말에는 "뭐? 로드맵?" 이러느라 적절한 반응의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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