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4일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인선배경과 업무수행 능력, 자질 문제 등을 추궁했다.청문회가 끝난 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위원 대부분이 부정적 평가를 내려 26일 본회의에서 윤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통합신당의 반대 속에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힘을 합쳐 부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간사 홍문종 의원은 "대가 약하고 소신도 없어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낼지 의문"이라며 "감사위원감 밖에 안되는 것 같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민주당 간사 함승희 의원도 "당론은 의총을 열어 논의해야겠지만 청문특위 위원 대부분이 부적합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신4당체제의 구축 이후 국회 첫 표결이 부결될 경우 향후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태풍 상륙 때 노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문제까지 질타 당하면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 30명중 21명이 각료로 기용됐다"며 '코드인사'를 비판했다. 한나라당 홍문종 의원도 "정부에 기용된 인수위원 21명과 잘 아는 사이인데 객관적, 독립적으로 감찰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윤 후보자는 "고위층의 부탁이나 지시를 배척하고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켜낼 자신이 있다"고 응수했다.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특별감찰과 문책 요구도 쏟아졌다. 한나라당 윤경식, 엄호성 의원은 "태풍 매미가 상륙하던 날 노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한 경위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을 특별 감찰하라"고 압박했다. 윤 후보자는 "잘못됐다면 대통령께 직언을 하겠다"며 "국회의 조사청구가 있거나 국민의견이 압도적일 경우 감찰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가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경식 의원이 "고려대 총무처장을 45일만에 그만 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윤 후보자는 "학교가 정치 문제에 관여하려 해 항의표시로 사표를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녀가 미국 시민권을 갖고 부인이 빈번히 주식거래를 한 이유가 뭐냐"는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의 추궁에 윤 후보자는 "딸은 전처와 미국에서 살았고 주식은 일괄 매각하거나 위탁하겠다"고 비껴갔다. 나이(50세)와 행정경험 부족, 하위권인 고교성적을 예로 들며 자질부족을 탓하는 질문도 쏟아졌다.
한편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와 정세균 정책위의장 등이 오전 청문회에 참석, "통합신당이 청문특위에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위원 재배정을 요구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논란끝에 민주당 설훈 박상희 의원 2명이 빠지고 대신 김태홍 김영춘 의원이 오후 회의에 참석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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