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실은 최근 문화재청이 제출한 국감 자료 중 '무형문화재 전승실태조사 및 지원관리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역사민속학회가 문화재청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이 보고서에 기초 현황만 있고 정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점 지적과 대안 제시 내용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원래 보고서는 민속학자 주강현씨 등 32명의 전문가들이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간 전국의 56개 무형문화재 단체종목을 점검한 결과 17개 종목의 원형이 훼손됐거나 제대로 복원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그것이 통째로 빠졌다. 이 의원실이 부랴부랴 원본을 구해 비교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결론 부분을 빼고 재편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700쪽이던 보고서가 500쪽으로 줄었다. 목차 부분은 미처 수정되지 않은 채 원본그대로여서 얼마나 급하게 '작업'을 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문화재청은 처음 편집된 개정본을 원본이라고 우기다가 취재가 본격화하자 원본에 언급된 무형문화재 보유단체의 명예 훼손 우려가 있어서 조사자들 동의를 얻어 해당 내용을 뺐다고 해명했다. 조사 기간이 짧아서 사실이 제대로 확인·검증되지 않았고, 기초자료 조사만을 의뢰했는데 요청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돼 수정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무형문화재 보존·전승을 책임진 문화재청의 허점이나 오류를 짚은 내용을 삭제하려고 했던 것이 보고서 편집의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문화재청은 역사민속학회가 제출한 보고서 50부에 대해 배포중지 조치를 내렸다. 또 해명과 달리 사전에 보고서 개정 요청을 받은 적도, 양해한 적도 없다는 책임 연구자들의 말도 의혹을 뒷받침한다. 기초적 실태 조사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3,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문가들을 동원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최진환 문화부 차장대우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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