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방송(DTV)과 관련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전송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정보통신부와 언론·시민단체들 간에 3년 동안 지루하게 전개돼 왔다.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23일 국정감사에서 "KBS의 전송방식 비교실험이 실시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디지털방송 전환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뜨거운 논란에도 불구하고 입장표명을 유보해 왔던 방송위가 원점에서 재출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일정도 한동안 연기될 전망이다.고화질에 CD 수준의 음질을 제공하며, 쌍방향 정보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디지털방송은 지금 TV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TV다. 이와 관련된 국민의 지출규모도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미국식 전송방식에 맞춰 특허를 내는 등 기술을 개발해 왔다. 결정 권한이 있는 정보통신부는 미국식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방송계에서는 현재의 우리 방송체계에 맞는 것은 유럽식 전송방식이라며 이의를 제기해 왔다. 유럽식과 달리 미국식은 이동수신과 실내수신이 모두 어렵기 때문에, 국민에게 기기설치 등 추가비용 지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논란은 새만금 개발만큼이나 예산낭비의 위험성이 있고, 사회적 갈등을 예고하고 있는 문제다.
현재 지상파 방송 대부분의 디지털방송 개시 일정은 올 연말로 집중돼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KBS는 미국식과 유럽식을 비교실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통부는 미국식 유지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험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전환일정 결정에 권한이 있는 방송위가 뒤늦게나마 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잘 한 일이다. 정통부 역시 유연성을 갖고 KBS의 비교실험에 협력하고, 결과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