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4일 법무부를 통해 재독 철학자 송두율(59·독일 뮌스터대) 교수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를 함에 따라 송 교수가 사법처리 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일단 송 교수의 사법처리 문제는 송 교수가 독일 국적 소유자라는 점에서 민감한 외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큰데다 송 교수를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사법처리 여부 및 수위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정원은 이틀 동안의 조사에도 불구, 송 교수의 핵심 혐의를 명백히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 교수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 등에 따르면 송 교수의 방북 등 친북행위 혐의와 귀순간첩 오길남에 대한 입북 권유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가 어느 정도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핵심 의혹이 아닌 만큼 송 교수가 사실관계를 털어놓고 국정원이 어느 정도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국정원이 이틀 동안의 조사에서 송 교수의 실정법 위반 사실을 확인, 사법처리의 근거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송 교수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가 동일인일까라는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장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김 변호사는 이날 조사를 마친 후 "국정원이 송 교수가 김철수라는 의혹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면서도 "다만, 송 교수를 노동당 후보위원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자료가 있더라"고 여운을 남겼다.
현재까지 이 사안에 대한 국정원의 판단 근거로 알려진 내용은 2001년 송 교수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간에 벌어진 민사소송 당시 법원에 제출된 답변서로 알려져있다.
답변서에 따르면 황씨는 "1991, 92년에 김용순 노동당 통일전선부 비서가 '송 교수를 앞으로 김철수라고 부르고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내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지난 82년 귀순한 고 이한영씨는 "김정일로부터 조선노동당 구주위원회 위원장이 김철수, 부위원장이 윤모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고, 오길남씨도 "평양 체류시 송 교수가 비밀당원으로 대남공작망의 거물임을 확인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돼있다. 함께 제출된 다른 근거들을 봐도 명확한 물증은 없지만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의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즉 국정원이 "송 교수가 김철수는 아닐지라도 노동당 후보위원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식의 의심을 거두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국정원이 송 교수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만일 "송 교수가 김철수는 아니어도 노동당 후보위원은 분명하다"고 결론날 경우 사법처리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럴 경우 송 교수는 반국가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한 경우에 해당돼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어 검찰로서도 공소보류 결정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북한 고위 인사들이 남북을 왕래하는 상황에서 처벌이 쉽겠느냐"는 강금실 법무장관의 이날 발언처럼 검찰이 '현실론'을 감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