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술과 아름다움은 긴 동행을 끝내고 서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해 보인다. 제각기 갈 길을 가고 있는 미술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미술작품의 전시를 통해 아름다움이란 것을 보여주려 한다."성곡미술관이 10월16일까지 '아름다움' 전을 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신정아씨는 "아름다움이란 8등신이나 황금비례 등의 상투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를 만족하게 하는 행복감"이라고 정의한다. 전시는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작품의 색, 형태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한다. 크게 시각―자연, 개념―정신, 테크놀로지 등 3가지 주제를 다룬 22명의 작품을 모았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우선 캄캄한 방에 형광 고무줄이 빛을 발하는 미로같은 김태곤의 설치와 만날 수 있다. 철사로 항아리나 나뭇잎의 형상을 만드는 정광호, 페트 병을 이어 붙여 플라스틱 집을 만든 이혜영의 작업도 있다.
안규철은 여러 개의 나무 기둥이 얽혀 있는 위로 의자를 올려놓은 작품으로 침묵하는 것, 정화하는 것이 아름다움임을 상징한다. 남춘모는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물들인 여러 개의 천을 'ㄷ' 자 형으로 조합해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뛰어 넘는 평면의 깊이를 드러낸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윤문숙은 고추 해바라기 상추 등 발코니에 심은 식물들을 가족이라 부르며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작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이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있음을 느끼게 하는 전시다. (02)737―765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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