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스타의 동일화’는 열성적 팬 의식인 팬덤 현상의 기본이다.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비판하는 사람은 바로 적이 된다. ‘우리 언니만 성형수술 했냐’ ‘우리 오빠들만 립싱크 하냐’ 식의 반발 역시 “내 스타는 내가 지킨다”는 의식의 소산이다.이효리는 요즘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팬덤 현상이 없다. ‘이효리 야한 시트콤에서 섹시미 뽐낸다’ ‘이효리 립싱크’ ‘효리 가슴, 배꼽 성형 의혹’ ‘10분이면 남자를 유혹할 관상’ ‘이효리 카메라폰으로 누드 사진 찍은 적 있다’ ‘이효리가 톱스타 A의 안면 가격?’ 등 이효리가 앞에 붙으면 무엇이든 화제가 되고 기사가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런 호들갑에 발끈하거나 반발하는 팬은 많지 않다. 서태지나 H.O.T. 등에 대한 반응과는 다르다.
외국 인기 가수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뮤직비디오와 스타 안무가의 지도를 받아 화려한 춤을 선보이는 이효리에 대해 팬들이 원하는 바는 분명하다. 시대를 풍미하는 가수이거나 스스로와 동일시하는 우상이 아니라 그저 보고 즐길 엔터테이너이다. 팬덤 현상이 없는 이유도 그 때문 아닐까. ‘Ten Minutes’ 등 그의 노래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나 논란도 없고, 음반 판매량 역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수준이 아니다.
대중과의 상호작용이 없는 이 신드롬 아닌 신드롬의 정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스타를 목마르게 갈망하고 있는 가요계의 현실이 반영된 것 아닐까” 하는 의견을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빅스타도 빅 히트곡도 없는 가요계가 그렇게 기다리는 ‘스타’를 만들기 위해 ‘몰아주기식’으로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신드롬’을 이끄는 가수가 등장했음에도 그 현상은 공허하게 느껴진다. 비어 있는 1등의 자리가 더더욱 아쉬울 뿐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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