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저(低)환율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최대 1,080원(한화증권)까지 떨어진 다음 조정을 거쳐 내년 초에는 상승세로 돌아서겠지만, 당분간은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송금 등이 필요한 개인도 '환(煥)테크'에 나설 시점이다.환율 얼마까지 떨어질까
대부분의 증권사와 경제연구소 등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계속해서 하락, 정부가 2차 지지선으로 정한 달러당 1,150원 선을 지켜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증권은 23일 '제2 플라자 합의, 그 영향은'이라는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 말께 1,080원까지 떨어진 뒤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달러약세로 미국 수출상품 경쟁력이 강화되고 미 무역수지가 개선되면 달러가치 하락(원화가치 상승) 추세가 둔화될 것" 지적했다.
신영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국내의 외환공급을 조정할 능력이 있지만 현재의 장기적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내려가면 원·달러 환율은 연말에 1,13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향후 1년 내에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엔·달러 환율은 103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경제연구소 역시 "원·달러 환율은 3분기 말 1,157원에서 연말 1,148원으로 떨어지고 내년 1분기 말에는 1,133원으로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가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을 주로 대미수출에 의존하는 중국과 일본이 자국 통화 절상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750억달러의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한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엔화 약세 정책을 계속 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원화와 함께 엔화 및 위안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교역조건을 감안한 환율은 양호하다"고 전망했다.
달러 보유 최대한 늦춰야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환테크 전략의 제1원칙은 '달러 대신 원화를 보유하라'는 것이다.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달러가치보다 높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으로서는 일정 시점 뒤에 정해진 환율로 결제하도록 미리 계약을 맺는 선물환 거래를 맺는 게 필수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 수출 기업으로서는 단기적으로 채산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과의 선물환 거래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달러 하락세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달러가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외 송금을 하는 게 좋다. 해외여행을 다녀왔을 때에는 여행에서 사용하고 남은 달러를 귀국 즉시 원화로 교환하는 것이 낫다.
해외에서 물건을 살 경우에는 현찰이나 여행자수표보다는 신용카드가 더 유리하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카드회사가 가맹점에서 우선 달러로 물건값을 결제한 다음 카드 회원에게 우리 돈으로 환산해 대금결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물건을 산 후 환율이 내리면 그만큼 결제대금을 적게 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율 변동이 급격히 이뤄질 때 섣불리 달러 매매에 나서 환차익을 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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