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증시에서 '환풍(換風) 쇼크'는 다소 진정됐지만 외국인이 대규모 팔자로 돌아서는 등 여진은 계속됐다. 투자자들의 심리적 쇼크를 반영하듯 시장은 하루 종일 상승과 하락, 보합과 재상승을 반복하며 극심한 '눈치 장세'를 연출했다. 주식을 가진 사람은 손절매를 해야 할지, 잡고 있어야 할지 혼란스러웠고 신규 투자자들은 매수에 들어가야 할지 관망하고 있어야 할지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외국인 팔까
국내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에 불안해 하며 주식 매수 규모를 줄여오던 외국인들은 환율 쇼크를 계기로 매도세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달 중순 2,400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환율 쇼크가 진정된 23일에도 2,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삼성증권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외국인투자들은 국내 증시보다는 다른 아시아 증시로 투자 자금을 돌릴 가능성이 높으며 국내 증시의 수급기반은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며 "특히 올 연말과 내년초 대만 증시가 완전 개방될 경우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 이익 줄어들까
환율 충격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운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이영원 팀장은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 자동차 전기전자 업종은 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철강 식음료 등은 수입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환율만 저울질하기보다는 경기회복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김지환 투자전략팀장은 "환율하락에 따른 충격 보다는 선진국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회복 기대가 더 큰 만큼 외국인이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하거나 일관되게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환율하락이 악재이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가 달러 약세 부담을 안고 본격 회복되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기관 들어올까
대형주들의 주가가 급락한 23일 개인투자자들은 1,772억원을 순수하게 사들이며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추세적인 참여로 보기는 어렵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은행과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주가 급등이나 경기회복, 부동산 가격 급락 없이는 당분간 증시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정치적 불안과 소비침체 등이 기관과 개인의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추세상승보다는 조정에 무게를 두고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뚜껑이 열리고 4분기 경기회복 지표가 나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를 기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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