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복지 분야와 첨단기 구입 등 전력증강 재원을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의 실제 씀씀이는 일반회계에 특별회계를 합친 158조6,300억원을 재원으로 이뤄진다.이 중 사회복지 분야 예산증가율이 9.2%로 가장 많이 늘었고, 국방예산도 8.1% 증가했다. 교육예산은 6.0% 증가한 26조3,900억원 규모로 비중이 가장 컸으며,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중소기업 예산은 각각 6.1%와 11.2%가 줄었다.
차(次)상위 계층 의료비 지원
소득이 월 102만∼122만원(4인가족 기준) 수준인 준빈곤층(차상위 계층)의 만성·희귀 질환자 2만2,000명에 대해 의료급여가 지급되고, 기초생활보장대상자 중 근로능력이 있는 의료급여 2종 수급자의 진료비 본인 부담률이 15%로 5% 포인트 인하된다.
국민연금 직장가입 대상이 전사업장으로 확대되고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일용근로자와 노령자까지 넓어진다. 치매·중풍 노인 요양시설이 458개로 92개, 치매병원은 54개로 9개가 각각 늘어난다. 영아·장애아 전담 시설 등 보육시설을 340개 신축해 400개로 늘리고 보육료 지원 대상을 월 평균 소득 153만5,000원 미만인 차차상위까지 확대한다.
국방비 증액 예산증가분의 58%
국방예산은 전체 예산증가분(2조4,000억원)의 58%인 1조4,000억원이 증액된다.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위해 올해보다 9.8% 늘어난 6조3,000억원이 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같은 첨단무기 도입 등 전력증강 사업에 집중 투자된다. 장병 사기 증진을 위해 448개 대대에 2조6,000억원을 투입, 사병 내무반 시설을 현행 침상형에서 침대형으로 바꿔 사병 1인당 공간이 현재 0.8평에서 2평으로 대폭 늘어난다. 사병 봉급은 병영 생활의 기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월 평균 2만3,8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47.1% 인상하고, 단계적으로 8만원까지 올릴 방침이다. 용산 주한미군 기지 이전을 위한 대체부지 매입비 2,635억원도 반영됐다.
중학생 무상 의무교육 전면 실시
지방대학 지원 예산을 2,200억원으로 700억원 늘리고 산학협력 우수 거점대학에 300억원을 새로 지원한다. 이공계열 대학(원)생 장학금을 530억원으로 290억원 늘리고 연구기능 활성화를 위해 학술연구조성사업 지원금도 2,300억원으로 확충했다.
중학교 무상 의무교육을 전면 실시하고 장애유아 교육비 36억원과 장애학생 통합 교육보조원 채용 예산 28억원 등을 신규 지원한다. 또 저소득층 유치원 학비 지원을 만 5세아에서 만 3∼4세아까지 확대한다. 초·중등학교 220개를 신설해 학급 당 평균 학생 수를 33명 이하로 줄이고 교원 5,200명을 증원한다.
청년실업 완화 위해 5,400억원 투입
청년실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3,612억원)보다 49.2% 늘어난 5,390억원의 예산을 투입, 13만명의 청년에게 일자리와 연수·훈련기회 등을 제공한다. 인턴제 대상기업도 300명 미만에서 1,000명 미만으로 확대하고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현장을 체험한 대학생에 대해 학점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한국판 평화봉사단 720명을 선발하고 해외인턴·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요원을 양성하는 등 해외근무 경험 기회도 대폭 확대한다.
이밖에 연극 영화 국악 등 문화관련 시간교사·지도사 배치(2,000명) 대학생 중소벤처기업 현장체험 지원(4만명) 이공계 출신과 석·박사 미취업자 연구기관 연수 지원(4,000명) 고졸 미취업자 취업훈련(2만1,000명) 46개 주요지역 고용안정센터에 '청년취업 지원실' 설치 등에도 예산이 배정된다.
게임 영화 등 문화사업 집중 지원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의 콘텐츠 창작기반 강화와 마케팅 활성화, 전문인력 양성 및 기술 개발에 369억원을 지원한다. 특히 콘텐츠업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종합 콤플렉스와 종합 스튜디오 건립에 올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170억원이 투입된다. '유교문화권' 관광 개발사업 투자를 411억원으로 54억원 늘리고,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사업 1단계 마무리에 276억원을 투입한다. 서해안과 지리산권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립디지털도서관(200억원), 국립부산국악원(60억원) 건립을 추진한다.
농어민 연금 지원 2배 인상
영세 농어민의 영·유아 보육비를 매달 평균 10만2,000원씩 새로 지원하고 농어민 연금 지원금을 1만1,650원으로 2배 인상한다.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농업인 재해공제의 보상 수준을 사망의 경우 현재의 3.3배인 1,000만원으로 올린다. 농어민 부채 경감에 1,636억원을 지원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피해보완을 위해 1,000억원을 FTA이행기금에 출연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 기금운용 계획
내년 연기금의 주식 직·간접 신규투자가 올해보다 2조원 늘어난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복권수익의 70%가 임대주택 건설에 사용되며, 육아휴직급여가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라간다.
23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04년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국회 심의를 거쳐 운용계획이 확정되는 45개 기금의 내년 운용규모는 237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4.8% 증가한다. '부처의 쌈짓돈', '제2의 예산' 등으로 불려온 기금의 운용규모가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여유자금 중에서 주식에 직접 투자되는 자금은 잔액기준으로 총 11조8,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중 회수분의 재투자를 제외한 신규투자는 3조9,000억원. 또 수익증권을 통한 간접투자 순증분이 1조여원으로, 올해 연기금의 주식 신규투자는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업비 내역을 보면, 복권 수익금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내년부터 로또복권 등 전체 복권 수익금(1조2,600억원)의 70%인 8,800억원이 임대주택 건설 등에 집중 지원된다.
또 고용 안정을 위해 내년 1월부터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혜택이 일용근로자에까지 확대되고, 현재 59세까지만 적용하는 고용보험 대상도 내년부터 64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청소년육성기금을 통해 문화관련 업체나 단체가 청소년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할 경우 1인당 월 60만원씩 최대 10개월간 지원, 총 2,240명의 영화·게임·관광 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5일제를 조기 도입하고 근로자 감축 없이 신규채용을 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1인 당 연간 600만원씩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정년 이후 계속 고용하거나, 3개월 이내에 재고용하면 1인 당 매월 30만원씩 6개월간(중소제조업은 1년) 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여성의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한편, 여성 가장이 창업을 할 때는 여성발전기금에서 5,000만원 한도(금리 3%)로 전세 보증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 이색사업들
내년 예산에는 사이버 가정학습, 천막식 이동공연장 지원 등 이색사업도 들어 있다.
기상용 슈퍼컴 도입
좁은 지역의 날씨를 신속, 정확히 예보하기 위해 한 달 임대료만 11억원이 넘는 슈퍼컴퓨터 2호기가 5년간 임대 방식으로 도입된다. 슈퍼컴이 도입되면 현재 '서울·경기 지방 흐리고 한 때 곳에 따라 비'라는 식으로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발표되는 기상 예보가 '서울 서초구 흐리고 오후 3∼4시 사이에 비 1㎜ 미만' 식으로 훨씬 정교해진다. 태풍과 가뭄, 호우 등의 기상 예측이 2배 이상 빨라져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재산 피해를 줄이는 등 슈퍼컴 활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가치는 연간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이버 가정학습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초·중등학교 담임 교사가 인터넷상에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사이버 학급을 편성,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자율학습을 지도하는 맞춤형 교육방식이다. 내년에 2개 시·도에서 3개 교과목을 선정해 시범사업에 착수한다.
청년창업보육센터 지원
현행 창업보육센터를 확장해 청년 창업자들에게 창업공간과 보육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의 대학 연구소 등 20개 센터에 3억원씩을 지원, 100개 기업의 청년 창업을 유도해 1,000명 정도의 추가 고용효과가 기대된다.
사병 휴가 중 진료비 지원
단기 하사와 사병, 무관후보생 등 현역병이 휴가 중 민간병원을 이용하면 외래 진료와 약국 진료비에 대해 일반 국민과 똑같은 건강보험혜택을 받는다. 치료를 먼저 받고 국방부가 사후에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정산한다.
천막식 이동공연장
공연 활성화를 위해 값싼 비용으로 장기 공연이 가능한 이동식 공연장이 마련된다. 한국연극협회가 800∼1,000석 규모의 이동식 천막극장을 구입해 공연단체에 장기 임대하도록 10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아동 성폭력 전담센터
신고·진료·수사·상담치료 등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아동 성폭력 전담센터가 개설된다. 전문상담원 배치는 물론 소아정신과 의사, 아동심리학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성폭력 아동의 사회적응을 지원한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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