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태풍 '매미'가 상륙한 12일 저녁 뮤지컬을 관람한 데 대해 23일에도 정치권과 네티즌의 질타가 이어졌다.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국감 대책 회의에서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최 대표는 "미국에도 우리 못지 않은 태풍(허리케인)이 왔는데 그때 백악관은 요르단 국왕을 만나는 외교행사까지 중단하고 국민과 함께 대피훈련을 했다"며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한가하게 측근들과 뮤지컬을 보고 앉아 있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시 재해대책 주무 장관이었던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의 고향(경남 남해) 방문 등을 덧붙여 "정부의 직무유기로, 외국 같으면 내각 전체의 진퇴가 걸릴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진 대변인은 "세상 천지에 이런 무책임한 대통령은 듣도 보도 못했다"며 "태풍이 오든 말든 대통령은 연극을 보고 있었다니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재민들은 억장이 무너질 일"이라고 공격했다. 전날 당 공식 논평으로 유감을 표시했던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정권의 나사가 풀렸다"고 개탄했다.
언론사 홈페이지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도 비난 글이 봇물을 이뤘다. 한 네티즌은 "태풍이 불었을 때 제주에서 골프를 친 경제부총리를 문책하지 않은 이유를 이제 알았다"며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그런 점에서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나는 대통령이 뮤지컬을 보고 있을 때 고향에서 한 톨의 곡식이라도 건지려고 빗속을 헤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통령은 뮤지컬, 장관은 골프라니 하늘 무서운 줄 알라"는 글도 있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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