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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기자의 미국 교육현장을 찾아서] "수업 따라가려면 영어가 들려야" 유학생 80%가 ESOL 수업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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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기자의 미국 교육현장을 찾아서] "수업 따라가려면 영어가 들려야" 유학생 80%가 ESOL 수업들어

입력
200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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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조기유학을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에 단신 정착한 이모(40·여)씨는 불과 보름만에 승용차로 30여분 거리인 버지니아주로 이사했다. 'ESOL'(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일부 주에서는 ESL로도 표기), 즉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별도 영어교육 프로그램 때문이다. 아들이 입학한 메릴랜드 B초등학교에는 ESOL이 없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학교를 옮긴 것이다. 일종의 '맹모삼천'(孟母三遷)이다.최근 2∼3년 사이 미국에서는 아시아와 남미 등 비영어권 나라 이민자와 조기유학생이 늘고있는 주의 공립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ESOL 과정을 개설하는 학교가 부쩍 많아졌다. 이민 인구와 조기유학생 증가율이 매년 5% 포인트 가량 늘고있는 워싱턴 뉴욕 등 동부와 시애틀 등 서부 지역 각급 학교는 ESOL 프로그램 운영이 정규 수업 못지않게 중요한 과정으로 급부상할 정도다. 미 교육당국은 비영어권 이민자 자녀나 조기유학생의 80% 이상이 ESOL 수업을 듣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관계자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오는 학생의 90% 이상은 학년 수준에 맞는 ESOL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ESOL 수준을 둘러싸고 학부모와 학교측간 실랑이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지난 해 한국에서 5학년을 마치고 조기유학온 정모(11)군은 ESOL 사전 테스트에서 '4학년 수준' 통보를 받았다. 정군의 부모는 "5학년이 어떻게 4학년들과 같이 수업을 듣느냐"며 따졌으나, "영어 실력이 떨어져 정규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는 학교측의 설명으로 결국 학년을 낮췄다.

주별,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ESOL 수업은 학년별로 이루어진다. 대부분 영어교육을 전공한 풀타임 교사 1명이 맡고,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교는 퇴직한 파트타임 교사를 쓰기도 한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을 받다가 ESOL 시간이 되면 도중에 빠져나가 다른 교실로 이동한다. 수업시간은 30∼40분. 초등학교의 경우 1∼3학년 저학년은 그림을 이용한 수업이 많지만 고학년부터는 논리와 창의성을 곁들여 다소 어렵다. 가령 'AR' 이름의 독서퀴즈 테스트를 하는 식이다. 자기 학년의 독서목록 책을 한 권당 두번씩 읽은 뒤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된 문제를 풀고 점수에 따라 다시 자기의 읽기 수준을 조정해나가는 방식이다.

ESOL 과정은 한국 등 아시아권 학생들은 보통 1년 정도 걸리며, 2년 이상 매달리는 학생도 적지않다. 미국 교육전문지 '에듀케이션 위크'는 최근 "영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ESOL과정을 두는 학교가 늘면서 미국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영어권 친구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나 개인교습이 좋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숙달된 언어구사 능력을 목표로 하는 ESOL 효율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에서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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