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 법관 기피신청, 변호인 집단 불출석 등으로 파행을 거듭했던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사건(안풍·安風)에 대한 단죄가 2년 8개월 만에 이루어졌다.안풍은 199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신한국당 강삼재 의원이 김기섭 안기부 운영차장과 공모, 안기부 예산 1,197억원을 빼돌려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이 기소한 사건. 2001년 1월 경부고속철 차량선정 로비의혹 수사 중 강 의원 차명계좌에 정체불명의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되고 검찰이 김 전 차장을 전격 구속하면서 촉발된 뒤 이 돈을 받은 180여 명의 명단과 금액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후 두 피고인과 한나라당을 상대로 94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제기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안풍 사건은 충격적인 혐의 내용 외에도 검찰 수사에서부터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의 무차별한'버티기 작전'이 호된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2001년 1월 김 전 차장을 구속했지만 '정치보복과 표적수사'라는 한나라당의 반발과 방탄국회로 강 의원은 한 차례도 소환해 보지도 못한 채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재판장이 세 차례 바뀌는 동안 피고인들은 법관기피신청, 위헌제청신청, 국정원장 등에 대한 증인 신청, 재판거부 등으로 지연작전을 폈다.
재판부는 23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강 의원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하면서 "국가이익을 우선 생각해야 하는 집권 여당 간부가 오로지 소속 당의 선거 승리만을 위해서 국고를 횡령, 국가 이익을 심하게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또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김씨에 대해서는 "안기부의 존재 의의를 의심케 하고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