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11년 6개월만인 지난해 9월26일 '개구리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범인은 물론, 사인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범인이 잡혀야 비명에 간 아이들의 원혼이라도 달랠 수 있다며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한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유족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 전면재수사를 요청키로 하는 한편 수사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수사관계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검토중이다.지지부진한 수사
경찰은 개구리소년들이 살던 대구 달서구 용산동 집 인근 와룡산 기슭에서 유골이 발견되자 성서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연인원 2만여명을 동원해 광범위한 수사를 했지만 진척이 없다.
자연사, 저체온사 등 사인에 대한 논란이 일다 경북대 법의학팀에 의해 타살로 결론이 났지만 범인은 물론, 범행도구가 끝이 뾰족한 물체와 둔기라는 것 외에 전혀 새로운 것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제보도 유골발견 직후 하루 수십건씩 쏟아졌지만 대부분 허황되거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고 지금은 그나마도 끊겼다.
경찰은 범행도구를 밝히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1,000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소득이 없자 지난 4월 수사본부 인원을 100여명에서 달서경찰서 형사6반 10명으로 축소했다. 수사관계자는 "실종당시 철저한 수색과 함께 수사방향을 잘 잡았으면 해결됐을 수도 있지만 사건이 너무 오래 경과돼 해결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가슴에 묻고 사는 유족들
유족 5명 가운데 2001년 숨진 김종식군의 아버지 김철규씨를 제외한 박건서씨 등 4명은 25일 청와대를 방문,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범인을 잡아야 참혹하게 희생된 자식들의 원혼이라도 풀어줄 수 있지 않느냐"며 "참여정부의 노 대통령이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족들은 실종당시 초동수사 미흡, 유골발굴 때 현장훼손, 저체온사 발표 등 수사미비점을 문제 삼아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민·형사소송도 고려중이다.
유족들은 지난 3월 합동장례를 검토했으나 소년들의 사인이 밝혀진 뒤 유골과 유품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소년들의 유골과 유품은 경북대 법의학교실에서 보관 중이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