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한마디는 대서특필, 국내 전문가의 목소리는 홀대…."증권시장 담당 기자에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국내 증권사 기업분석가(애널리스트)와 경제분석가(이코노미스트)들은 사석에서 이런 불만을 자주 털어놓는다. 드러내 놓고 말은 못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을 지나치게 대접하고 외국계 기관에게만 유독 관대한 언론과 금융당국, 나아가 정부와 시장 전체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이다.
국내 기업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시가총액의 38%(120조원)를 외국인이 주무르고, 금융과 기업 투자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에 의존하다 보니 우리 정부 당국의 '외국인 대접하기'는 시장을 살리고 투명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잣대가 다르다 보니 자칫 '봐주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가 적지 않다.
한국 시장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될만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 겸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에 대한 당국의 미온적인 조사는 국민은행과 김정태 행장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와 대조를 이룬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주식 매각에 앞서 매수 추천 보고서를 내는가 하면, 경영자문을 맡았던 기업의 주식 매수에 참여해 '이해상충' 논란에 휘말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기업 분석자료를 사전 유출한 워버그와 메릴린치증권 등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기관경고와 정직 등 징계를 내렸을 때도,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영업점포 폐쇄 등 고강도 징계에 비해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차별론이 제기됐다.
외환위기이후 대거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금융기관은 선진적 금융시스템과 관행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기여했다. 그러한 역할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자본시장의 룰은 국적을 떠나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김호섭 경제부 기자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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