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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날씨 산업

입력
200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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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잦았다. 평균 이틀에 한번 꼴로, 여기에 태풍 '매미'까지 겹쳐 경제에 미친 영향이 컸다. 비가 많으면 어쩐지 움츠러들기 쉽다. 특히 에어컨 선풍기 빙과류 의류 등의 판매량이 크게 떨어져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주말마다 비가 내려 관광과 건설업 등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농산물 작황이 좋지않아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등 체감경기는 더 차가울 전망이다. 비가 가져온 우울한 증세들이다.■ 미국 상무부는 1998년 약 9조달러의 국민총생산(GNP) 중 적어도 1조달러 정도는 날씨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1992년 이후 10년간 전세계 기상 재해 피해 규모는 3,629억달러나 됐다. 한국은 이 기간 중 피해액이 17조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매미'만으로 5조원 가까이 재산피해가 났다. 그러다 보니 날씨 관련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날씨 위험관리협회에 따르면 기후 변화 가능성에 대비한 날씨 파생상품 계약건수는 지난해 3,973건 43억달러에 이른다. 우리의 경우 기상 피해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주는 보험 상품은 있지만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없다.

■ 올 초 대한상의는 다소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기업의 기상정보 활용제고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기상예보 능력을 높이는 한 방편으로 기상청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과기부 산하이지만 과기부에 기상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부서가 없고, 기상청장은 15개 부처 차관 및 전문가로 구성된 재해대책위원회 참석도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산업계도 기상재해의 최소화와 날씨 비즈니스 활용이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지구적 문제로 대두한 기상재해의 사회 경제적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시스템을 갖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한 민간환경연구소가 태풍 '매미'의 피해를 미리 예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지난달 말 '기상이변, 우리나라는 괜찮은가'라는 보고서에서 9월 초순이나 중순에 강력한 태풍이나 집중 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추석연휴 교통대란과 겹칠 경우 인명 피해와 경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상의는 우리나라 기상예보 수준은 선진국의 54% 정도로 10년 가량 뒤져있으며, 민간 예보업체의 국내 시장규모는 미국의 0.6%인 연 4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세계는 이미 '날씨가 곧 돈이고, 예보능력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돌입했는데,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인 셈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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